“영국은 다시 1부 리그로 돌아왔습니다. 경제 성장과 생산성 면에서 우리는 주요 유럽 국가들의 리그에서 정상에 올라 있습니다.” 1987년 3월 21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보수당 중앙위원회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만성적 파업과 낮은 생산성, 과도한 복지 등 1970년대에 영국을 ‘유럽의 병자’로 전락시켰던 ‘영국병’을 마침내 이겨냈다는 선언이었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영국병’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하지도, 구직도 하지 않고 복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는 929만 명에 달했다. 주요 7개국(G7) 중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대비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아진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청년 8명 중 1명은 일하지 않거나 교육·훈련을 받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 장애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쉬는 인구는 무려 290만 명에 육박한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노동인구 감소는 영국 경제에 매년 250억 파운드(약 47조5000억 원)의 손실을 입히고 160억 파운드의 재정 부담을 더하고 있다. 경제는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2년 연속 0%대에 머문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도 0.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죽하면 노동당 정부가 ‘영국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칼을 뽑아 들겠는가. 키어 스타머 정부는 영국인을 다시 일하게 만들기 위한 일자리·복지 개혁안 ‘영국을 일하게 만들기(Get Britain working)’ 백서를 내고 장애인 지원금 등 복지 혜택 삭감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50억 파운드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지층과 당 내부의 비난 여론에도 스타머 총리는 “일하면서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복지에 의존하며 삶을 낭비하도록 두는 것은 도덕적 파산”이라며 개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올 1월 우리나라에서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 정부도 청년들의 일할 의욕을 되살려줄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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