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청쿵그룹은 통신·항만 자회사인 허치슨왐포아와 비(非)부동산 기업을 합병해 만든 CHK 지주회사의 본사를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했다. 청쿵그룹은 중국 시진핑 정부 1기 4년 동안 17조 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해 투자처를 유럽으로 옮기며 분산투자 전략을 선택했다.
■10년이 지난 2025년 3월 4일, 청쿵그룹의 CK허치슨은 파나마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와 중국·홍콩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사업 지분 등을 미국의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규모만 228억 달러(약 33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4월 2일 예정됐던 본계약은 잠정 중단됐다. 파나마운하 지분 매각에 격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쿵그룹을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CK허치슨의 지분 매각에 대해 보안·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강화된 반간첩법을 적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 지분 매각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파나마운하의 항구 운영권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려던 전략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번 매각 결정을 ‘중국인에 대한 배신’이라며 비난한 이유다. 둘째, 함께 매각되는 43개 항만이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중국의 전략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청쿵그룹은 시 주석의 분노를 감수하면서도 왜 이번 매각을 추진하고 있을까. 블룸버그는 수석고문으로 은퇴한 리카싱 전 회장이 협상에 적극 개입한 점을 주목했다. 리카싱은 트럼프 행정부가 개시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만 사업 지분이 중국의 전략자산으로 묶이는 것보다 현금화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청쿵그룹은 트럼프를 선택한 셈이다. 글로벌 관세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도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조선업과 해군력을 견제할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것처럼 분명 기회는 존재한다. 무역 장벽 속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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