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과학기술이 현실의 문턱을 넘어서려면 윤리와 법제의 엄정한 잣대를 통과해야 한다. 조력사망 기술은 당장이라도 국내에서 실현할 수 있지만, 생명을 경시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단단하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량은 기술력의 정점에서 보험업계와 법률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마주해야 했다.
■ 이러한 절차 혹은 허들이 가장 복잡한 과학분야로는 생명공학이 꼽힌다. 2018년 유전자가위 기술로 에이즈 면역 유전자를 갖게 된 여야 세 쌍둥이를 선보였던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 전 남방과기대 교수. 그는 당시 ‘신의 역할’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인간 유전자 배열을 조작해 전 세계 과학계를 뒤집어 놨던 문제적 인물이다. 생명공학이 감당해야 하는 윤리의 잣대와 가장 강하게 부딪혔던 과학자인 셈이다.
■ 불치병 정복의 실마리를 찾아냈지만, 생명윤리의 강건한 규범을 위반해 ‘중국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까지 불렸던 그가 출소 후 오랜만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즈에 이어 알츠하이머 면역 유전자 편집 연구를 준비한다던 그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연구소 구하기에 나서면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허젠쿠이가 마침내 과학계의 반발로부터 자유로운 해방구를 찾아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은 허젠쿠이의 제안에 앞서 그의 논쟁적인 연구를 허가하는 쪽으로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 덕분에 허젠쿠이는 제자들을 미국으로 보내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자신은 이후 남아공으로 진출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그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과학계는 2018년에 이어 다시 열리는 판도라 상자 앞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불치병 정복을 명목으로 인체 유전자를 인간이 뜻대로 조작한 결과, 근미래 어느 날 우리는 누구도 닮지 않은 뜻밖의 후손을 마주할지 모른다. 어쩌면 제국주의의 병폐였던 우생학 열풍을 불러내는 씨앗일 수도 있다. AI가 그렇듯, 과학의 진보는 늘 인간에게 문제해결 능력과 함께 골칫거리도 선사한다.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장개덜은 못하는일이 없는 넘덜이다..이ㅜ박사부터 유전자 시험을 해서 저기가 어떤짓을 하려는지 알게해야한다...나중엔 잘보이게 눈을 세개 달리게.하고 일 잘하게 팔이 네개 등등...그 끝이ㅜ없다...
지금 당장 돌아가는 지구촌보다 특히 미쿡보다 더 골치아프고 현실적으로 급한 일이 또 어디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