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계 미국인이다. 그의 조상은 수백 년 동안 독일 바이에른 칼슈타트에서 살았다.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를 하던 집에서 태어난 트럼프의 할아버지가 1885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숙박·외식업으로 돈을 벌어 시민권을 얻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답게 외국인에게 자유롭게 문호를 개방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미국에 유학한 뒤 그대로 눌러앉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은 이민자 덕분에 과학기술 발전을 꾀하고 생산가능인구도 늘렸다. 특히 투자이민(EB-5)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이 80만~105만 달러를 투자하고 10명 이상을 고용해 2년 이상 유지하면 당사자, 배우자, 21세 미만 미혼 자녀에게 ‘그린카드’라는 영주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골드카드’ 비자 구상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이민정책이 크게 바뀌고 있다.
■ 골드카드 비자는 500만 달러(약 70억 원)에 판매되는 미국 영주권으로 돈 많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트럼프식 이민정책이다. 골드카드라는 이름은 영주권을 뜻하는 그린카드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EB-5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그린카드를 폐지하고 골드카드를 도입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을 강행하고 해외 과학기술 인재와 학생들에게도 비우호적 태도로 돌아섰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골드카드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회비를 많이 받는 대신 식사·호텔·항공·쇼핑 등에서 파격적 혜택을 주는 고급 신용카드처럼 거액을 내는 외국인에게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트럼프의 ‘골드카드 구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의 생각처럼 해외 부자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돈을 쓰고 세금을 내게 될지, 아니면 미국이 국제사회의 따돌림을 당하는 역효과를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저출생·고령화 늪에 빠진 우리도 미국 골드카드의 효과와 부작용을 참고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광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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