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통증은 단순히 ‘아픈 느낌’ 그 이상이다.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이며,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원인을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두 의학은 결국 “순환이 잘 안 되면 아프다”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한의학, 순환에서 답을 찾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바로 ‘불통즉통(不通則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원칙이다. 우리 몸에는 에너지원인 ‘기(氣)’와 영양 물질인 ‘혈(血)’이 정해진 통로(경락)를 따라 끊임없이 흐른다. 이 흐름이 원활하면 건강하지만, 스트레스나 잘못된 자세, 외상 등으로 특정 부위의 흐름이 막히면 마치 교통체증처럼 정체가 일어난다.
이때 한의학은 ‘어혈(瘀血)’이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는 탁한 피를 어혈이라 부르는데, 어혈이 생긴 곳은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노폐물이 쌓여 붓고 쑤시는 통증을 유발한다. 한의원에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고, 부항을 하는 것은 바로 이 막힌 길을 뚫어 기와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원리이다. 뜸은 따뜻한 열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부항은 정체된 혈액을 이동시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치료는 단지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혈이라는 에너지 통로에 맞춰 정밀하게 이루어지는 치료법이다.
신경과 염증 물질: 현대의학, 통증을 추적하다
현대의학은 통증이 생기는 과정을 염증 반응과 신경 전달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우리 몸의 근육이나 관절이 손상되면 그 부위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때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이것은 마치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는 화학적 경보 사이렌과 같다. 이 사이렌 소리를 감지한 신경이 척수를 거쳐 뇌까지 통증 신호를 전달하면, 우리는 비로소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염진통제는 바로 이 염증 물질, 즉 경보 사이렌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긴장된 근육이 신경을 누르면서 생기는 압박도 통증의 흔한 원인이기에,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인다.
다른 언어, 같은 목표: 결국은 ‘순환’이다
한의학의 ‘어혈’과 현대의학의 ‘염증 물질’. 사용하는 단어는 다르지만 본질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기혈의 흐름이 막힌 곳에 어혈이 고인다는 설명은,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곳에 염증 물질이 쌓여 통증을 유발한다는 설명과 사실상 같은 현상을 가리킨다. 결국 두 의학 모두 ‘막힌 곳을 풀어 원활한 순환을 회복하자’는 것을 통증 관리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침 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현대의학 연구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침이 뇌의 통증 조절 부위를 자극해 엔도르핀 같은 천연 진통 물질을 분비시키고, 해당 부위의 혈류량을 늘려 염증 물질을 빠르게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결국 통증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한쪽은 막힌 길을 뚫어 근본적인 순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다른 한쪽은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이라는 급한 불부터 끄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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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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