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아는가. 당신이 아는 당신은 정말 당신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타인과 자신에게 증명하려고 몹시 애를 쓴다. 많은 값진 물건들로 자신을 치장하고 주거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늘날 일반화된 자기 증명 방식들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 방식도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세속적 성공에 몰입하지만 그럴수록 실패의 경험과 그로 인한 절망의 무게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깨를 짓누른다. 이 개탄스러운 실존의 도돌이표는 인생이 황혼으로 접어들 때까지 지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내렸던 잘못된 결정들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는 단계들을 밟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에 대해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원형적 심층’과 대면하는 드문 기회마저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문제는 가면이다. 그 가면에 익숙해질수록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되고 그만큼 진아(眞我), 곧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제임스 엔소르가 1899년에 그린 ‘가면에 둘러싸인 엔소르’는 가면에 의지한 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초상이다. 사람들은 가면을 쓴 채 인생이라는 짧고 덧없는 파티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는 동안 해골의 형상을 한 죽음이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다. 사람들은 삶의 향연에 도취돼 그 해골 역시 가면들 중 하나겠거니 하면서 무신경하다. 죽음이 인생이라는 축제를 파국으로 내모는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달아오른 삶의 취기에서 깨어날 생각이 없다. 오로지 한 사람, 엔소르만 가면을 벗어던지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응시한다. 그 응시의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 화가의 길, 화가의 시선이어야 한다고 선언이라도 하는 것 같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죽음을 끌어안아야 삶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견인된다. 예술가가 먼저 가면을 벗어던진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다. 엔소르의 1896년작 ‘해골 화가’가 이런 울림을 전한다.
<심상용 / 서울대학교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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