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LA 지역 불법 이민자 단속은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누란지위의 위기에 놓여 있는 LA의 문제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는 상징하는 사건이다. 연방정부는 무려 33년 만에 방위군을 투입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해병대까지 등장했다. 이에 반발한 불법 체류자들과 인권 단체들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천사의 도시’ LA의 곳곳은 화약고로 전락한 상태다.
연방정부의 단속과 이에 맞선 시위는 곧바로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LA 자바시장과 한인타운을 비롯한 소상공인 중심의 한인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으며, 소비 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 상인들은 ‘제2의 4·29 사태’를 피하기 위해 셔터를 내리고 영업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해외 관광객과 소비자들의 외면도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LA의 국제적인 이미지 실추다. 지금 LA는 내년 북중미 월드컵, 2년 뒤인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야 할 시기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 1월 발생한 ‘이튼 산불’과 ‘펠리세이드 화재’ 등 초유의 화재에 이어 이민자 단속과 격렬한 시위까지 더해지면서 LA는 전 세계인들에게 위험한 도시라는 낙인을 점점 깊게 새기고 있다. 가뜩이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홈리스 숫자를 자랑하고 강·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LA에서 이번 사태는 추가적인 악재로 남게 됐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은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연방정부는 단속강화를 통해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주정부는 이에 맞서 ‘이민자 보호’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운다. 결론이 나지 않는 양측의 투전판식 정치는 결국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 LA에 필요한 것은 당파를 초월한 협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자 모두 넥타이를 풀고 테이블에 앉아 LA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연방정부는 보다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주정부 역시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실효성 있는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LA의 오래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에 개최될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고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가주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개최된 LA 한인상공회의소(KACCLA) 회장 선거에 입후보 했던 2명의 후보 모두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라는 호재를 활용해 악화일로인 한인 경제를 살리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 월드컵 개최에 따른 공공조달 시장규모는 수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이벤트는 LA를 넘어 미국 전체의 대형 호재다. 하지만 협치를 통해 이번 혼란을 가라 앉히지 못한다면 이들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관람객 없이 선수만 있는 그들만의 잔치로 그칠 수 있다.
앤젤리노들은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치권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갈등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는 정치적 계산이 아닌 도시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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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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