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박사급 인력 수요 부족
▶ 현장 맞춤 ‘융합 인재’ 필요
정부는 2019년부터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려대를 비롯한 전국 10개 대학의 인공지능(AI) 대학원에 재정을 지원해왔다. 챗GPT가 출시되기 3년 전 일찌감치 AI 교육 역량을 강화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2023년까지 총 760억 원이 투입됐고, 이들 대학원은 5년간 석·박사 졸업생을 893명 배출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을 받은 AI 대학원 10곳의 취업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떨어졌다. 2023년엔 63.5%로 내려앉았다. AI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전문 인력 필요성은 커져왔는데, AI 대학원 졸업생의 취업률은 산업 현장 추세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취업률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학원별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졸업 이후 학생들이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AI 산업 현장에선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질 거란 우려가 많다. 과기정통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에 부족한 AI 인력 수가 4,336명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AI 분야 종사자는 학사급이 3만6,358명, 석사급 1만1,380명, 박사급 3,825명이었다.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 대학의 AI 관련 학과 재학생만 4만 명에 이른다. 이재명 정부가 ‘소버린 AI’나 ‘AI 100조 투입’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재 기반이 부실하면 장밋빛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력과 국내 교육 체계가 길러내는 인력의 ‘미스매치’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기존 AI 모델을 연동하거나 활용하는 수준의 인력은 과잉 공급되는 반면, 새로운 기술 방향을 제시하고 현장의 난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기업은 이론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석·박사급 인재가 필요한데, 현재 교육 시스템은 단순 개발자 양성에 치우쳐 있어 현장 수요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손해인 업스테이지 부사장 역시 “문제를 정의하고, 모델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에 AI 기술을 분야별 지식에 응용하는 연구가 많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원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국내 최대 컴퓨터·소프트웨어·AI 분야 학회의 경우 박사급 신진 연구자 80% 이상이 AI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AI 전환이나 융합에 대한 연구 기반이 약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원 확대와 더불어 대학 교육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박사까지 파격적인 생활비와 등록금을 지원하는 양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대학이 각 학과의 전공 내용을 AI와 접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학제 간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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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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