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인도와 협상 마무리 단계”…美·印 대표단 1주일 넘게 마라톤협상
▶ 시간 번 동남아, 협상 속도전…트럼프의 브릭스 보복관세 예고에 관련국 당혹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자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도 8일 협상 상황 등을 점검하며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서한을 받은 국가들은 상호관세 부과가 오는 9일에서 내달 1일로 미뤄지면서 당장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던 인도는 이번에 관세 서한을 받지 못한 채 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서한 못 받은 인도…"조만간 타결" 트럼프 발언 속 불안감도
26%의 상호관세가 책정됐던 인도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들에게 "인도와 거래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만 했다.
"협상이 체결되지 않을 것 같아 서한을 보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할 때 인도와는 조만간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인도 협상단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1주일 넘게 마라톤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찍이 관세 협상을 시작한 인도는 가장 먼저 합의할 것으로 예상되던 나라였다.
하지만 인도 농업 시장 완전 개방을 놓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도 "인도는 어떤 무역 합의도 마감일이나 시한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라며 시간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오는 9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서한을 통해 관세율이 37%에서 35%로 낮아진 방글라데시는 유예기간을 확보하며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방글라데시 경제지 비즈니스 스탠더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대표단은 오는 9일부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방글라데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무관세(0%) 적용과 보잉 항공기, 액화천연가스(LNG), 밀 등 주요 품목의 미국산 수입 확대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 시간 번 동남아…태국·인니 등 협상 박차
이번 관세 서한에서 이전과 동일한 36%의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받은 태국은 기존보다 미국에 대폭 양보한 제안을 내놓으며 막바지 협상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일단 협상 시한이 된 내달 1일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분위기다.
태국 정부는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와 수입 관세 인하로 대미 무역흑자를 향후 5년 안에 70% 줄여 7∼8년 안에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제안을 지난 6일 밤 미국에 전달했다.
10년 안에 무역흑자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기존 제안보다 시기를 상당히 앞당겼다.
피차이 춘하와치라 태국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태국의 제안이 수용되면 대다수 미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즉시 없앨 수 있으며, 소수 품목은 수입 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폐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더욱 '공격적으로' 조정했으며, 이는 무역 불균형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태국 국영 에너지기업 PTT그룹은 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서 20년 동안 매년 200만t의 LNG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타이항공은 향후 수년 안에 최대 80대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태국 정부는 이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가장 낮게는 10%, 또는 10∼2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피차이 부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태국의 추가 양보안을 고려하지 않고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면서 "다소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태국이 미국산 제품의 90%에 대해 수입 관세를 인하할 것이기 때문에 최근 태국의 제안은 미국에 좋은 거래"라면서 36%보다 낮은 관세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 권한대행도 이날 "더 나은 협상을 원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과 동일한 32% 관세를 서한으로 통보받은 인도네시아는 내달 1일까지 시간을 확보한 만큼 이 안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 직전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장관을 대표로 하는 인도네시아 협상팀이 미국으로 떠났다.
협상단은 미국에서 미국 대표단을 만나고 미국산 밀과 대두, 옥수수, 면화, 에너지 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총 340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하료 리만세토 인도네시아 정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전달한 대로 아직 대응할 여지가 있다"면서 "향후 국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산 나스비 인도네시아 대통령 대변인도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의 관세를 거의 0% 수준까지 인하하고 미국의 핵심 광물 분야에 대한 투자도 제안한 터다.
지난 4월 예고된 상호관세율보다 13%포인트 낮지만, 여전히 36%의 고율 상호관세가 새롭게 매겨진 캄보디아도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양국 무역 협상의 기본 틀에 합의했으며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최근 미국에 성실한 협상을 약속하면서 미국산 상품 1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지지부진 말레이…'관세율 40%' 라오스·미얀마는 확실한 카드 없어
이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관세 서한의 상호관세율이 25%로 지난 4월 미국 발표보다 오히려 1%포인트 높아졌다.
말레이시아는 당초 지난달 18∼20일 미국과 협상하고 상호관세 부과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미국과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협상 진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는 성명을 내고 "균형 잡히고 서로 이익이 되는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중 국가인 라오스와 미얀마는 중국산 상품의 우회 수출 통로라는 미국의 의심 속에 이전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0%로 매우 높은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됐다.
이들 국가는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와 빈약한 경제 사정으로 미국산 상품 구매 등 내놓을 확실한 카드가 없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관세율 29%)이나 스리랑카(관세율 44%) 등 별도의 서면 통지를 받지 못 한 나라도 협상을 이어가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브릭스(BRICS)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이와 관련된 국가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에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과 인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회원국이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이 파트너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