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주의 북쪽 도시 시부가모는 2023년 6월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전까지 잊힌 소도시였다. 이곳이 1980년대 중반까지 초대형 레이돔이 설치된 북미 방공망의 핵심 기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시부가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군사기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냉전 시대 북미 방공망은 듀 라인(Distant Early Warning Lines), 파인트리 라인(Pinetree Line), 미드 캐나다 라인(Mid-Canada Line)으로 구성됐다. 북위 50도에서 69도 사이에 건설된 세 방공망은 구소련의 핵 공격을 조기에 탐지해 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인 듀 라인은 1958년에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민간 기업 벨 시스템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북극 주도권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88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섐록 정상회담’에서 듀 라인을 ‘북방 경보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기 전까지 양국은 공동 방공망을 기반으로 냉전 시대 핵심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을 제안한 뒤 캐나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동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의 노골적인 비용 요구는 큰 부담이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골든돔은 공짜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610억 달러(약 8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방공망 폐쇄 비용을 캐나다가 전액 부담한 데다 ‘51번째 주’라는 모욕적 표현까지 듣게 되자 캐나다 국민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 트루스디그는 “캐나다의 지정학적 순진함의 종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냉정하게 안보 비용을 청구한다. 한국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관세 협상과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 협상에서 국익과 안보를 모두 지키는 전략을 짜는 등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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