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백록원의 달밤이 산뜻하고 시원하다. 지난봄부터 필자가 머물러있는 이곳 워싱톤무량사 도량 일대를 백록원으로 이름하여 불러왔다. 그 배경은, 흰꼬리사슴(White Tail Deer)을 짧게 한문으로 쓰면 ‘백미록(白尾鹿)’이겠지만, ‘백록’으로 줄이고, 거기에 그 사슴들이 서식하는 곳으로서 동산(園)을 붙여, ‘백록원(白鹿園)’으로 약칭하기로 했다.
슈가로프마운틴과 멀잖은 모노캐시 개울가 언덕의 숲속에 무량사가 자리하게 되면서, 사슴과 새들이 사람과 어울려 사는 실정에 착안하고, 석존(釋尊)의 최초 설법지(說法地)가 녹야원(鹿野園 Deer Garden)으로 알려져 있음을 참고하여 작명한 것이다.
지난 8일은 음력으로 윤(閏) 유월 보름날이었다. 그 전날은 입추절(立秋節) 즉, 가을의 명칭을 처음 내세우는 절기로서, 무더위 고비를 지나 가을맞이를 시작하는 때로 인식해 온 동양문화전통이 있다. 예로부터 가을 달밤 특히 보름달이 빛나는 저녁의 풍경은 문필가와 시인들의 호재로 주목되고 서정(抒情) 작품에 자주 그려져 왔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녁마다 풀숲에서 떠오르던 반딧불들의 춤과 매미들의 노래가 자연스레 베풀어졌던 낭만적 여름밤의 향연은 마침내 장막을 내리고, 이제는 아늑한 달빛 아래 여러 가지 풀벌레들의 소리판이 청아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 달력에는 이번 주간에 광복절이 보인다. 어느덧 여든 돌이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남북통일이 이룩되지 못한 상태로서, 미완성의 광복 실정에 대하여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다. 필자는 기미년 3.1. 독립선언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불교 대표로 동참했던 백용성 선사의 법손(法孫)임을 자각한다.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지 벌써 80년이 지난 이제까지도 국토 및 겨레의 분단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의 자주독립과 평화 단결을 위해 헌신하신 호국 선조들께 그 뜻을 이뤄내지 못함이 죄송스럽고, 미래 후손들에게 본래의 온전한 국토를 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참으로 부끄러운 심정을 감내하기 어렵다.
근래 대한민국의 한류가 지구촌에 두루 퍼져나가고 있는 마당에, 북한과 소통하고 협조하며 합류한다면, 그 동력과 파급효과가 사뭇 더 크겠고, 한겨레의 홍익인간 정신문화로 인류 세계에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줄 짐작하고 상상한다. 바깥세상의 일들은 우리 마음과 의지의 표현 및 노력의 결과이려니, 우리 각자의 내면부터 합당한 도리와 지혜의 빛을 밝히고 자비와 배려의 온정을 가득히 채워서, 밖으로 세상에 사회정의와 평화로운 겨레 살림살이를 성실히 펼쳐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복절날 신임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민의 임명식’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리라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주권 정부가 국민의 호응과 지지 속에 국익을 위한 실용적 외교를 당당하게 펼치며, 남북 공영의 신뢰를 쌓는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부드럽게 북한의 문을 열고 조국 통일과 동북아 및 세계평화 실현에 솔선수범하기를 바라고 기대해 본다.
이달 하순(8/25)에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란다. 서울에서 이쪽을 방문할 이재명 대통령이 양국 동맹관계를 새롭게 가다듬고, 공동발전을 위한 유익한 협의를 이루어내기를 바란다. 이어서 올 가을에 열릴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10/31-11/1)가 열릴 경주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여, 두분이 다시 만나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태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논의하리라 예상한다.
천년고도 경주는 이미 불국사와 석굴암은 물론 남산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인류의 보배로운 곳이다. 신라 와당의 미소를 연상케하는 에이펙 로고처럼, 한국인의 친절과 자비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을 망라한 여러 나라 지도자들을 감동시키며,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핵심역할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가 세계의 정치 경제와 평화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이 전파되기를 희망한다. 그러한 인연들의 발전으로, 우리 겨레의 본래 한결같이 아름다운 모습과 문화 정신이 제대로 회복되어서 진정한 내외의 광복을 누릴 수 있도록 축원한다.
갈등과 분열로 열뇌가 치성하던 열전과 냉전의 고된 세월을 끝내고, 친선 단결로 청안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지구촌 평화의 시절이 오기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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