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극동 잇는 북극횡단 운송 회랑 개발 공식화…北과 물류 연계
▶ 동방경제포럼 연설… “러시아-북한 잇는 교량, 내년 개통”
▶ 러 기술적 경제침체 평가 일축… “재정 적자 증가, 큰 문제 아니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북극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지만 미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에서 "경제 활동 참가자 수준에서 (미국) 기업들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또한 준비돼 있지만 그곳(미국)에서 정치적 결단이 내려진다면 우리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극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도 일부 북극 분야에서 3자 형식으로 협력하는 기회를 논의했다며 "정치적 결정만 필요하다. 가스, 석유 분야에서도 서로 이익이 되는 협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극 지역은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북극해의 빙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자원 채굴이 쉬워졌고, 그동안 얼어붙었던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서 물류 역시 용이해졌다.
러시아는 자국 천연가스의 80%, 석유의 17%가 북극 지대에 있다고 강조하며 북극을 '21세기 자원 기지'라 부른다.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전기차·배터리 핵심 광물도 풍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북극권에 있는 그린란드 매입을 거론한 것도 북극 지역의 달라진 가치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가 알래스카로 정해진 데 대해 많은 전문가는 양국 지도자가 북극 지역 경제 협력을 논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미국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좋은 제안을 들었다"며 "게다가 그곳에는 자원들이 있고 우리는 미국 파트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가스를 추출·액화하는 기술이 있다. 그들은 이것을 안다"며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 기업이 러시아를 떠났지만 많은 미국 기업이 러시아와 사업을 재개하거나 시작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유럽 기업들도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악수하는 푸틴과 트럼프[로이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 자리에서 그동안 거론된 '북극해 항로'(Northern Sea Route)를 넘어 '북극횡단 운송 회랑'(Transarctic Transport Corridor)을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북극횡단 회랑을 개발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국가가 북극횡단 운송 회랑에 관심을 보인다며 국내외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횡단 회랑은 우선으로 국내 경제와 극동, 시베리아, 북극 지역의 이익을 위해 작동해야 하며, 이들 지역 간의 협력을 고려하고 사업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횡단 운송 회랑 개발 프로젝트는 북극해 항로를 단순한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자 신규 교역로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하려는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이 기존의 '북극해 항로' 대신 '북극횡단 운송 회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극해 항로를 시베리아와 러시아 극동 지역의 내륙 운송망과 연계해 북극과 극동을 연결하는 거대한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물류 네트워크를 북한으로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내년에 개통될 것이라며 이를 포함해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여러 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모스크바-평양 직항 항공·철도 노선이 재개돼 러·북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푸틴 대통령은 자국 정부에 희토류 자원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11월까지 보고하라고 명령하고, 극동의 농업·환경보호·물류 등 분야에 드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조건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기술적 침체'에 빠졌으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헤르만 그레프 스베르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부 내부에서도 일부가 그레프 CEO에 동의한다면서도 "물가 상승률을 늦추고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인 4%로 되돌리려면 경제 연착륙을 보장해야 한다"며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중앙은행을 옹호했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을 포함한 인프라 개발, 교육과 의료 관련 지출, 특별군사작전 수행을 포함한 국방 및 안보 분야 지출로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일각에서 재정 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및 국내 부채 부담이 단순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낮기 때문"이라며 재정 적자를 늘릴 여지도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과 체결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에 대해선 "서로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양국이 가스 공급뿐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가격에 대해서는 "시장 기반이며 유럽에 가스를 공급할 때 가격을 책정한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공식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 동양 중 미래 세계를 누가 지배하는 지에 대해 "다극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날 회의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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