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의 아주 작은 한인 성당. 이곳에서 성가대에 선지 8년쯤. 스스로 음치라고 미루어 두었던 부분을 해결하고 싶은 욕심에 겁 없이 시작했다. 오랫동안 성당을 다녀 성가의 대부분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모르는 성가가 태반이고 아는 것들도 음정과 박자를 제멋대로 부르는 것이 많았다.
마침 그때의 성가대장은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고 절대음감을 가진 자매였기에 처음 성가대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에겐 많은 도움이 됐다. 평일 미사 전 후에 꼭 모여 연습하고, 좀 어려운 성가인 경우에는 숙제를 내 주었다. 연습하고 녹음해 전송하면, 성가대장의 피드백이 왔다. 여긴 박자, 저기 음, 발음까지 교정을 해주는 열성. 그 덕택에 매일 성가를 불러야 했고 운전 하면서도 늘 유트브로 성가를 들었다. 남편이 운전을 할 때면 난 성가 책 첫 페이지부터 몇 시간이고 성가를 부르며 길을 갔다. 삑사리는 다반사.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고역을 잘 참아준 남편과 빡센 숙제를 준 성가대장 덕택에 그야말로 일취월장.
음치의 수준은 면했고, 이젠 제법 소리를 낸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감히 말한다. 물론 목소리 자체가 작은 편은 아니다. 제법 또박 또박 말을 잘 하는 편인 것과 예스와 노를 분명히 하는 성격도 한몫 했다. 선의의 지적질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아직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통했다.
그 달의 성가를 받으면 일단 한번 찾아보고 음들을 체크하며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확인한다. 샵이나 프렛이 몇개 붙어 얼마나 반음을 내야 할까, 음표들을 보며 박자가 어떨가 라는 것도 확인하고. 미사 중간에 부르는 화답송과 복음환호성도 피아노 건반을 딩동댕동 치는 실력으로, 치면서 불러본다. 어느 정도 숙지가 되면 그다음부턴 매일 연습이다. 5분 부르는 날은 있어도 한번도 안부른 날은 없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씨가 음악회 준비하며, 노래 1곡을 200번쯤 부른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다. 천상의 목소리를 갖은 독보적 성악가도 그렇게 연습을 하는데, 나같은 성가대원은 그것의 백배 천배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가을 한국에 있을때, 목소리 트레이닝을 4번 갔었다. 젊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했었던 시간에는 당장이라도 득음이 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 수업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다시 혼자 애써 기억을 되살리며 성가를 부른다.
성가는 하늘로 올리는 기도라고 어느 성직자는 말했다. 마음을 모아 올리는 기도처럼 목소리를 다듬고 마음으로 한음 한음을 준비하는 주일 아침, 박자와 음정을 맞추는 시간과 노력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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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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