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브라우저는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대중화를 이끈 1등 공신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 연구진이 만든 ‘모자이크’는 텍스트 위주의 인터넷을 그래픽과 함께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후 모자이크 개발자 출신인 마크 앤드리슨이 만든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는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시장점유율 80%에 달하는 독보적 강자가 됐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운영체제인 ‘윈도98’에 자사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면서 본격적인 웹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 법무부는 ‘끼워팔기’라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은 2008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가볍고 빠른 속도로 익스플로러·파이어폭스·오페라 등이 나눠가진 시장을 잠식하며 단숨에 1위 웹 브라우저가 됐다. 현재 크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70%에 가깝다. 이 같은 크롬의 영향력 때문에 미 법무부는 2020년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애플·삼성 등과 독점적 계약을 맺어 검색 시장의 90%를 유지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2일 미 연방법원은 1심에서 “크롬 매각은 필요 없다”고 판결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라고 했지만 강제 매각 명령까지는 내리지 않은 것이다.
■웹 브라우저는 더 이상 단순한 인터넷의 창이 아니다. 검색·광고는 물론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AI의 급부상은 새로운 웹 브라우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오픈AI·퍼플렉시티·야후 등이 크롬 매각 가능성을 주시하며 인수 의향을 보인 것도 차세대 AI 플랫폼 선점 행보로 풀이된다. 웹 브라우저 전쟁의 역사는 곧 인터넷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 혁신이 시장 독점을 만들어 내면 새 강자가 나타나 독점 체제를 허무는 순환의 역사가 30년간 반복됐다. 막 불붙은 AI 브라우저 전쟁 역시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다가올 AI 브라우저 전쟁도 꽤나 흥미로울 듯하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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