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부터 CIA-멕시코 마약단속 협력…특수부대 훈련·정보 제공
▶ 최근엔 표면상 협력 주체인 DEA·HSI보다 오히려 더 주도적 역할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인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 로페스’(가운데)가 2016년 1월 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 군인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로이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멕시코 마약카르텔과의 전쟁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맡아 멕시코 정부 측과의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시티발 탐사보도 특별취재 기사를 내고 미국과 멕시코의 정보·보안기관·군·마약단속팀 관계자들과 외교관들 등 60여명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CIA는 수십년째 멕시코 정부와 협력해 멕시코의 마약단속 특수부대에 정보는 물론이고 훈련과 장비도 제공해왔으며, 출장 등 활동에 재정적 지원까지 하고 있다.
또 CIA는 이런 특수부대 요원 선발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실시하는 등 검증·선별 업무에도 관여해왔다.
"CIA 검증을 거친 부대"라고 불리는 이런 멕시코 특수부대들은 현재는 육군과 해군에 하나씩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2019년 폐지된 옛 멕시코 연방경찰(PF), 북동부 누에보레온주(州) 경찰, 연방검찰 산하에도 이런 부대들이 있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멕시코 육군 산하 '마약밀매 정보 분석 그룹'(GAIN)은 CIA가 검증하고 훈련시킨 수백명의 특수요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무장한 범죄조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깊은 산 속 요새에서 은신중인 마약 카르텔 두목들을 체포하는 역량이 멕시코에서 가장 뛰어난 부대다.
GAIN은 2023년 1월 무장 헬리콥터와 병력 수백명을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주(州)에 투입해 멕시코 최대 마약 제조·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 호아킨 구스만 로페스(일명 '엘 차포')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 로페스를 생포하는 작전에 성공했다.
작전 과정에서 멕시코 군인 10명을 포함해 총 29명이 숨졌다.
앞서 GAIN은 2019년 10월에도 오비디오 생포에 성공한 적이 있으나 불과 몇 시간만에 풀어줘야만 했다.
부대가 고립된 상태에서 무장 마약조직원 수백명에게 포위돼 대치 상태에 들어갔고, 도시에서 본격적 전투가 벌어질 경우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우려가 커지자 당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오비디오를 풀어주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비디오의 아버지 '엘 차포'는 2001년에 탈옥했다가 2014년 2월에 다시 붙잡혔으나 2015년 7월에 다시 탈옥하는 데 성공하는 등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이며 시날로아 카르텔을 운영하다가 2016년 1월 멕시코 해군 특수부대의 검거작전으로 체포돼 종신형을 살고 있다.
올해 2월 GAIN은 멕시코 육군 소속 다른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엘 차포의 또 다른 아들 이반 아르치발도 구스만을 생포하려고 시도했으나, 이반이 마치 자기 아버지가 옛날에 자주 그랬듯이 비밀 땅굴을 통해 도주하는 바람에 놓쳐버렸다.
이런 검거 작전들은 멕시코 측이 주도했지만 미국 CIA도 정보 제공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로이터 취재에 응한 취재원들의 설명이다.
최근 수십년간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마약단속 협력에서 표면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맡은 미국 측 기관은 마약단속국(DEA)이었다.
DEA와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다른 기관들은 마약 밀수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미국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멕시코 측 기관들과 협력해 마약범죄자 생포 작전을 실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駐)멕시코 미국 대사관 내의 자리 배치를 보면 CIA가 DEA나 HSI 등 다른 미국 기관들을 제치고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고 미국 측 안보 분야 취재원들은 로이터에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대사관에서 CIA 등 정보기관 소속 분석가들은 대사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만 DEA, HSI 등 다른 법집행기관들의 자리는 그보다 한 층 아래에 배치돼 있다.
물론 CIA는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여러 기관들 중 하나일 뿐이며, 자국의 국가안보 전략을 세우고 가장 시급하게 체포해야 할 대상자를 선정하고 체포 작전을 승인하는 권한은 엄연히 멕시코 정부에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CIA가 멕시코의 마약단속 특수부대원들을 훈련시키고 선발하는 데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당시 신설된 마약대책센터의 센터장이었던 잭 더바인이 중남미 주요 국가들에서 이런 부대들이 만들어지도록 돕는 핵심 역할을 했다.
CIA는 멕시코에서는 기존의 육군 '특별 정보 담당' 부대를 마약 문제 협력 파트너로 택했고, 이 부대는 1995년에 '반(反) 마약 정보센터'로 기능과 이름이 바뀌었다.
CIA는 이 부대 장교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서 첩보 수집과 사찰 업무를 훈련시켰으며 멕시코 군인들이 신원을 감추고 침투할 수 있도록 위장술 등을 가르치고 변장용 도구도 제작해줬다.
이 부대는 2000년에 GAIN으로 이름을 다시 바꾸고 현재까지 이 이름을 쓰고 있다.
이 부대의 전신인 특별 정보 담당 부대가 CIA와 협력을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에 지휘관이었으며 확대개편 후인 2000∼2006년에 이 부대 지휘관을 다시 맡았던 로베르토 아길레라 올리베라 멕시코 육군 퇴역 준장은 "CIA가 엄청난 도움을 줬다"면서도 부대의 운영과 작전과 정보 수집은 자신과 부대 구성원들이 책임졌으며 보고도 멕시코 육군의 상관에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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