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7000~8000원 선이던 점심 가격이 이제 웬만하면 1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지역 비빔밥 가격은 평균 1만 1538원, 김치찌개 백반은 8577원으로 5년 전보다 각각 33.4%, 28.2% 올랐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식당 메뉴를 고르며 웃고 떠들던 소소한 즐거움이 줄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식품 코너를 찾아 간단하게 ‘혼밥’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 이런 추세에 맞춰 도시락이나 간편식은 ‘든든한 한 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업체인 CU는 유사 제품 대비 중량을 50% 이상 늘린 ‘압도적 플러스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마트24는 9월 한 달간 삼각김밥 2개를 1개 가격인 900원에 판매하는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은 임대료와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게 주요 원인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불안 등의 여파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 물가 상승), 더위(heat)로 인한 히트플레이션, 각각 우유와 달걀 가격 상승이 전체 식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밀크플레이션과 에그플레이션 등 신조어들이 쏟아진 지 오래다. 지난달 우리나라 농산물과 축산물 물가는 호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7%, 7.1% 올랐다.
■ 고(故) 김지하 시인은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라고 노래했다. 식사 자리는 배고픔 해소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 정부도 직장인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1000원만 내면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직장인 든든한 한 끼’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직장인들 밥값을 지원해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몰고올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비해 유통 구조 개선과 수입선 다양화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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