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오페라’ 한인 주인공 인터뷰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토니역 테너 듀크 김
▶ LA 오페라 40주년 개막작 20일 오프닝… 작년 ‘로미오’ 이어 다시 주연 무대
▶ “화려한 음악과 춤… 귀와 눈 호강 기대하세요”

LA 오페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남주인공 토니역의 테너 듀크 김이 리허설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LA 오페라/Cory Weaver for LA Opera]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LA 오페라(음악감독 제임스 콘론)가 기념비적 작품을 20일부터 시즌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린다. 바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명작 중 명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다. LA 오페라의 역사상 초연 프로덕션으로 의미가 깊은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무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남주인공을 바로 한인 성악가가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LA 오페라에 데뷔했던 남가주 출신의 테너 듀크 김(33·한국명 김연준)이 주인공 ‘토니’역으로 돌아온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념비적 무대에 서는 그를 LA 오페라 연습실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듀크 김은 이미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오페라가수이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성악가다.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자신감과 겸손이 균형 잡힌 인품이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그의 ‘로미오’를 보았다면 이번에 ‘토니’로 캐스팅된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진다. “마치 LA 오페라가 듀크를 위해 작품을 정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행복하죠. 가수를 보고 작품을 정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작품을 먼저 정하고 그 역에 맞는 가수를 뽑는 게 일반적인데, 로미오는 다행히 이전에도 많이 했던 역할이어서 무대에 올리기 1년 전 쯤 캐스팅 됐었고, 그 로미오 공연을 보신 LA 오페라가 이번 공연에 다시 저를 캐스팅해 주셨습니다. 기쁘고 큰 영광입니다.”
LA 오페라의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음악·안무·무대를 그대로 옮겨온 오리지널 버전이라 더욱 큰 기대를 낳고 있다. 이번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초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만큼 각색 없이 진행된다.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6회 공연인 오페라 시즌과 달리 10회 공연으로 준비되며, 지휘자이자 음악감독 제임스 콘론이 20년 간 재임한 LA 오페라에서 처음으로 이 작품을 지휘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듀크 김은 “여주인공인 마리아와 저만 성악가이고, 다른 역할은 모두 뮤지컬 배우와 댄서들”이라고 설명하며 “세트와 연출도 오리지널 팀이 그대로 맡고 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악보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번스타인의 최고의 역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가 연기하는 토니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음악도 춤도 정말 멋지고 화려해 귀호강뿐 아니라 눈호강도 되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공연은 그에게 두 번째 LA 오페라 무대다. 두 작품 모두 세계적 러브스토리 속의 비련의 남자 주인공이지만, 시대와 환경이 다른 만큼 접근법에도 달라진다.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도 좋아하지만 이번 토니는 정말 마음에 드는 배역입니다. 로미오와 토니는 사랑 앞에서는 비슷하지만, 토니가 조금 더 거칠고 현실적입니다. 친구들에 비해 그는 부모도 있고 비교적 안정된 환경의 토니는 한때 친구들과 함께 제트파 갱단에 몸담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갱단을 떠나 새로운 삶을 꿈꿉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 과거의 갈등 속으로 휘말리고, 뜻밖의 비극적 사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작품은 번스타인의 천재성을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지만,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듀크 김(오른쪽)이 마리아역의 소프라노 가브리엘라 레예스와 리허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 제공=LA 오페라/Cory Weaver for LA Opera]
듀크 김이 성악가가 된 배경도 흥미롭다. “14살 때 미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 살 땐 노래방도 안 갔는데, 미국에 오니 한국이 너무 그리워서 가요를 많이 들었습니다. 따라 부르다 보니 노래에 흥미가 생겼고, 한국에 돌아가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6살 무렵 독일에 잠시 살 때 재미로 몇 번 노래 레슨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변성기 이후 김원재 선생님께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합창단에서 솔로를 자주 맡으며 성악을 권유받았고, 채프먼 대학의 패트릭 교수님께 사사하며 자연스럽게 보컬 퍼포먼스 전공으로 진학했죠. 그리고 2학년 때 처음 오케스트라 반주로 노래한 경험이 저를 확신하게 했습니다.”
듀크 김의 성장 과정에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클래식을 좋아하신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고, 부모님은 늘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라며 응원해 주셨다. 그런 교육 철학 덕에 누나는 작가로 활동하는 등, 남매 모두 자유롭고 창의적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남가주에 오면 부모님과 자주 만나고, 멀리 있어도 주 1회는 영상통화를 하며 가족애를 유지한다.
콩쿠르 경험도 그의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됐다. “어릴 땐 선생님이 추천하면 나가곤 했는데, 점점 큰 무대를 바라보며 우승보다 나를 알리기 위해 나가게 됐어요. 심사위원 대부분이 오페라 무대의 캐스팅 디렉터니까요. 그 도전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자신이 목표의 중간보다 약간 위쯤 왔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실력이 계속 늘고 소리도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 즐겁습니다. 계속 노력하고 도전할 겁니다.”
그는 안정적인 고음과 프랑스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의 뛰어난 딕션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릴 때 독일 살며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닌 덕에 귀가 조금 발달한 것 같습니다. 혼자 방에서 중얼거리며 여러 나라 말을 흉내 내기도 했어요. 특히 이태리어가 가장 좋습니다. 노래하는 듯한 리듬감과 굴림이 맛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오페라 가수로서 갖는 루틴이나 무대 철학을 물으니, 무대 밖에서도 늘 철저한 자기 관리를 강조했다. “13년 공부하고 이제 프로 가수로서 이제 겨우 4번 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꼭 운동을 합니다. 술, 담배는 하지 않고 물을 많이 마셔요. 무대가 보통 저녁이기 때문에 낮잠을 조금 자면 저녁 공연에 에너지가 솟습니다. 스트레스도 운동이나 낮잠으로 푸는 편입니다. 무대는 늘 떨리지만 그 긴장감을 설렘으로 바꾸면 더 좋은 에너지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객석의 관객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오늘 날의 듀크 김을 있게 한 분들에게 인삿말을 부탁하자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라며 “여태까지 잘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계속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계속해서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잘 생긴 외모 만큼이나 목소리도 마음도 아름다운 테너 듀크 김은 앞으로의 목표에서도 겸손과 당당한 품위를 잃지 않았다. “제 몸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찾고 유지하고 싶습니다. 연기도 음악도 쓰인 대로 잘하되, 제 색깔을 담아 관객이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는 이번 작품이 많은 감동과 즐거움을 줄 것이라며, 관객들이 많이 와서 함께 웃고 울고 감정을 마음껏 느끼길 바랐다. 듀크 김의 도전과 열정이 담긴 이번 무대는 창립 40주년을 맞은 LA 오페라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할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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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오페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 일정(총 10회)
▲9/20(토) 오후 6시 ▲9/21(일) 오후 2시 ▲9/25(목) 오후 7시30분 ▲9/27(토) 오후 7시30분 ▲9/28(일) 오후 2시 ▲10/4(토) 오후 7시30분 ▲10/5(일) 오후 2시 ▲10/8(수) 오후 7시30분 ▲10/11(토) 오후 7시30분 ▲10/12(일) 오후 2시
■공연 장소: LA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135 N. Grand Ave, Los Angeles)
■티켓 구입: (213)972-8001,
www.LAOpe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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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