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용 안 하면 파멸할 것”
▶ 회담서 지도 던지며 격앙
▶ 푸틴과 통화후 태도 돌변
▶ 토마호크 지원도 없던일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젊은이들이 군사훈련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집어 던지며 욕설을 퍼붓는 등 또다시 격앙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미국에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며 면전에서 면박을 줬던 지난 2월 회담 당시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지역을 대부분 넘기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휴전 조건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회담 전날 푸틴과 통화했다.
FT는 회담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수차례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집어 던지며 “이 지도를 보는 것이 지겹다” “이 빨간 선은 뭐지?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뒤 “돈바스 지역 전체를 푸틴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에 의해 파멸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전날 통화에서 들은 푸틴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는 이야기다.
FT에 따르면 푸틴은 트럼프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 지역 대부분을 러시아에 넘기는 조건으로 남부 일부 지역(헤르손·자포리자 일부)을 양보하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푸틴이 현재 4분의 3 정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전부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도했다. 지난 8월 알래스카 회담에서 푸틴의 제안과 사실상 동일하다.
돈바스의 도네츠크 지역에 11년간 공들인 요새 벨트가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절대 포기 못 한다고 밝혀왔다. 이 지역을 내주면 러시아의 추가 침공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돈바스에는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젤렌스키에게 돈바스 양도를 요구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문제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지금 전선에서 멈추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러시아가 차지한 78%는 그대로 두면 나중에 협상을 통해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애초 이날 회담은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이 핵심 의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논의에 소극적인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수차례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시사했다. 그러나 회담 직전 푸틴과 전격 전화 통화가 이뤄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두 정상이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에 합의할 정도로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푸틴을 겁박했던 트럼프는 다시 젤렌스키를 압박했다. 이에 트럼프가 푸틴의 언변에 다시 설득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토마호크 지원도 없던 이야기가 됐다. 최대사거리가 2,500km에 달해 모스크바를 비롯,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은 우크라이나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젤렌스키 입장에선 본전도 찾지 못한 회담이 됐다.
트럼프의 변심에 유럽 정상들도 혼란에 빠졌다. FT는 ‘트럼프가 푸틴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보도에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는 커졌다’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백악관 방문은 젤렌스키가 바란 대로 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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