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연방상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필리버스터를 폐지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만으로 정부 셧다운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 공화당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할 시간이며, 그 일은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해내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판단은 대체로 옳지만 이번만은 완전히 틀렸다. 필리버스터 폐지는 민주당에게 미국을 조란 맘다니의 영향을 받은 급진적 사회주의 국가로 재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과장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당이 백악관과 필리버스터가 사라진 상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를 가상해보라. 이런 상황에서 소수당인 공화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입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차단할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첫째, 민주당은 되찾은 권한을 활용해 상원, 하원, 선거인단 및 법원을 자당에 유리하게 재편함으로써 정권 장악력을 공고히 할 것이다. 민주당은 분명 워싱턴 DC를 주로 승격시켜 상원의석 두 석을 무난히 추가할 것이다. 여기에 보태 푸에르토리코까지 주로 편입시켜 민주당 성향의 상원의석 두 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늘어난 의석은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원을 결정적으로 민주당 쪽으로 기울게 만들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정원 확대를 통해 하원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하원 의석은 인구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민주당 성향의 주들이 더 많은 의석을 얻게 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공격적인 게리맨더링으로 깨지지 않는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선거인단 재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인단 규모는 각 주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의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민주당 강세주의 선거인단 숫자 또한 늘어날 수 있다. 현행 연방제도 아래에서 모든 주에 각기 2석씩 동일하게 배분되는 상원의석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반면 하윈의석의 비중은 더 커지게 된다. 만약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가 주로 승격된다면 민주당은 이들 두 지역에서 하원의석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고, 푸에르토리코에서만도 6~7표의 선거인단을 새로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2030년 인구조사 이후 공화당이 의회 의석과 선거인단 표를 모두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필리버스터를 페지하면 민주당으로 하여금 이런 변화를 저지하도록 허용하는 셈인 반면 공화당의 백악관 재탈환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 경우 정치적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추진했지만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로 저지당했던 연방 선거법의 전면적인 개편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버스터라는 방벽이 제거되면 민주당은 모든 주에 유권자 자동 등록 및 당일 등록을 의무화하고, 선거일로부터 최대 10일 뒤에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며, 제3자에 의한 투표용지 수거를 허용하고, 범죄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한편 잘못된 선거구에서 투표한 표도 집계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동시에 선거관리 당국이 명부에서 부적격 유권자를 가려내 제거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공화당은 이러한 움직임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운이 따르지 않는 한 별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거의 틀림없이 필리버스터가 사라진 상원을 통해 연방대법관을 최대 여섯명까지 증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대법원을 확대재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헌법적 권한의 과도한 확장을 옹호해줄 진보성향의 활동적인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민주당이 정치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로 막혀 있던 모든 사회주의적 입법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그린 뉴딜? 통과. 전국민 의료보험? 통과. 대학 등록금 면제? 통과. 수정헌법 2조에 대한 제한? 통과. 출산 직전까지 낙태에 대한 세금지원? 통과. 프래킹 금지, 국경 불법 통과의 비범죄화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무료 의료혜택? 통과, 통과, 통과. 필리버스터가 없다면 민주당은 이처럼 공화당과의 절충이나 양보 없이 원하는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트럼프는 필리버스터를 없애면 공화당이 그들의 아젠다를 마음대로 입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없어진다면 민주당은 상원에서 사실상 트럼프가 올린 모든 성과를 되돌리고, 맘다니가 뉴욕에서 추진할 급진적 아젠다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다.
설령 공화당이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정권을 되찾는다 해도 민주당이 만든 변화를 손십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선 안된다. 미국 역사상 주의 지위가 철회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대법관이 강제로 해임된 사례 역시 전무하다. 그리고 큰 정부는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톱니바퀴와 같기 때문에 민주당이 통과시킨 새로운 복지정책은 결코 폐지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도대체 왜 이런 막대한 권한을 민주당에게 넘겨주려 하는가? 단지 바이든 시절의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인가?
트럼프가 민주당의 지속적인 초당적 협력 거부에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급격히 좌경화된 정당에게 그들의 아젠다를 마음껏 추진하고, 공화당을 권력에서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공화당뿐 아니라 공화국 전체에 치명적인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주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정치적 중도성과 국가의 안정성을 지켜왔다. 이는 제임스 매디슨이 경고했던 다수의 폭정을 막기 위한 장치로 일정 수준의 타협과 초당적 협력을 요구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해왔다. 이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극단주의에 면허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단순한 당파적 투표만으로 국가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고, 공화당은 의회나 백악관을 재장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공화당은 결코 필리버스터를 폐지해선 안된다. 필리버스터를 없애면 미국의 회복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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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A. 시쎈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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