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 온다고 소식 전하는 입동절이 지났다. 시끄럽던 한해가 조용히 기울어져 간다. 이달 19일에 대한민국 헌법 기관의 하나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하 평통) 제22기 워싱턴 지역협의회가 출범식을 거행한다. 작년 말 발생했던 본국의 내란사태 수습과정과 새로운 정부 형성에 따른 여파로 여느 때보다 두어 달 늦어졌지만, 차분한 준비 끝에 마침내 정상 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연계된 국내외 정세가 수시로 바뀌면서, 평통의 당면 과제와 해결 방법도 상황에 따라 적응해 나가야 하리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고 희망찬 출범을 앞에 둔 평통호를 바라보며, 항해에 동참하는 일원으로서 나름의 성찰과 희망 속에 삼가 성취의 축원을 띄어 본다.
올해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벌써 80주년이 된다. 그 앞의 36년 동안 우리 민족에겐 독립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벌어진 일군 항복 명목하에 미국과 소련의 남-북한 진주로, 한반도에서의 온전한 광복은 미루어졌고, 이어진 분단과 전쟁은 현재까지 한민족 발전에 족쇄가 되어왔다.
조국 한반도의 남북을 아우르는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염원은 우리 민족의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이어져 왔으며, 평통은 그 길목에서 근래 반세기 가까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 각계의 지혜를 모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당위적 역할을 하는데 노력해왔다.
기미년(1919) 3월 독립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이셨던 백용성 조사의 법손(法孫)인 필자는, 그 거사 100주년 기념식을 지내면서 준엄한 유지를 통감하며 평통에 참여하기 벌써 6년째, 작금의 상황에 난감함이 사무친다. 현재 제한된 남한만으로도, 군사적으로는 세계 5대 강국, 경제적으로는 세계 10대부국으로 자타가 함께 평가하고 있는데, 만약 북한과 통일된다면, 우리 민족의 통합역량은 얼마나 강화되고 국제적 위상이 확보될지 누구나 분명히 짐작할 수 있을 줄 안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환경은 매우 복합적이고 변화도 심하다. 경제, 안보,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도전과 기회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공영발전을 이룰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실정 속에서 평통은 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 당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이제 출범하는 평통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소통, 포용,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의 특성과 계층별 다양성을 존중하며, 세대 간 교류와 통합을 통해 통일 공감대 확산에 앞장서야 할 줄 안다.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한민족 모두의 공동숙제로서 공동체적 합의와 공론이 필요하며, 자문위원들은 해당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전망을 공유 확산하는 역할과 아울러 기층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입안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줄 안다. 위원 각자가 솔선수범하여 평통 내외로 두루 상호 존중과 개방적 소통으로 평화와 통일을 향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협조해 나가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대의명분(大義名分)” 즉,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로서’ 사사로운 ‘적은’ 이익보다 대중을 위한 ‘큰’ 공익을 중시하는 전통이 전해온다. 아울러 “명실상부(名實相符)” 즉, 이름과 실상이 서로 부합하여 일치함을 귀하게 여겨왔다.
‘주인으로서의’ 국민은 국민답고 ‘상머슴으로서의’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각자 맡겨진 제 소임을 올바로 잘하여야 하듯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民主平和統一諮問會議)도 그 이름에 걸맞게,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기 위한 의견들을 모아서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민주적 모임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자문위원 각자가 주체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성실히 책임을 다하며, 조직의 임직원들은 그분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잘하면 모든 일이 원만히 성취될 줄 안다. 필자 자신부터 잘 해보리라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축시(祝詩)를 시조(時調)로 헌정하며 맺는다.
시민들 주권 누려 평등한 화합 기쁨 / 함께 누릴 통일 보람 서로 도와 이루면서 / 자문을 제대로 하면 회의 인연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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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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