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개방적 이민정책과 과도한 규제로 '문명 소멸' 위기에 빠졌다는 미국 정부의 진단에 유럽연합(EU)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크들로르 콘퍼런스에서 "동맹국은 다른 동맹국의 정치적 삶이나 민주적 선택에 개입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졌고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미국이 유럽 대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타 의장은 미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비판에 대해 "정보의 자유 없이는 표현의 자유도 없다고 역사가 가르쳐줬다"며 "미국 기술 재벌들을 방어하기 위해 시민의 정보 자유가 희생된다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유로뉴스는 미국이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을 비판하며 정책 전환을 촉구한 이래 EU에서 나온 가장 단호한 발언이라고 논평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함께 EU 정상으로 대우받는다. 외무장관에 해당하는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앞서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동맹으로,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늘 견해가 일치한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원칙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맞대응을 자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일 NSS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인 유럽이 '문명의 소멸이라는 엄혹한 전망'을 맞고 있다며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유럽 극우정당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가 일론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과징금 1억2천만유로(약 2천59억원)를 부과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신경전이 증폭됐다.
유럽통합과 EU의 각종 규제에 비판적인 유럽 우파·포퓰리즘 진영은 미국이 정치적 지원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화색이 돌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엑스에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의 권력자들은 논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과징금을 들고 나온다"며 "유럽에 필요한 건 우리가 무얼 읽고 말할 수 있는지 정하는 비선출 관료가 아닌 표현의 자유"라고 적었다.
그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EU 해체를 요구한 머스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과 프랑스 국민연합(RN) 등이 속한 유럽의회 교섭단체 유럽을위한애국자(PfE)는 "이 검열 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미국의 새로운 EU 비판이 우파 진영의 정치적 의제를 부각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EU의 빅테크 규제를 연일 공격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 메타플랫폼(메타)은 EU의 지적에 따라 소셜미디어 데이터 수집 정도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모든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고 완전한 맞춤형 광고를 볼지, 데이터 공유를 줄이고 이용자에 덜 맞춘 광고에 노출될지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EU는 메타가 '비용지불 또는 정보수집 동의' 정책을 도입해 유료 이용자의 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무료 이용자는 정보 제공에 사실상 강제로 동의하도록 했다며 올해 4월 과징금 2억유로(약 3천417억원)를 부과했다.
메타는 이날 EU 발표를 확인하면서 "맞춤형 광고는 유럽 경제에 몹시 중요하다. 메타의 광고는 지난해 EU 전역에서 2천130억유로(약 366조2천억원) 규모의 경제 활동과 연결됐고 일자리 144만개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EU는 엑스에 과징금을 매기기 하루 전인 지난 4일에도 메타가 자사 메신저 왓츠앱에서 다른 업체 인공지능(AI) 챗봇을 차단했다며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