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단서 대가로 선처 바랐을 수도…결국 ‘추가 수사’ 수렁에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30일(한국시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을 폭로해 정치권을 뒤흔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시간이 갈수록 한발씩 빼는 듯한 기류가 뚜렷해지면서 애초에 그가 관련 진술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로 윤석열 정권과의 '정교유착'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자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노리고 관련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스스로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린 자충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이 특검팀과 면담하며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 5명과 접촉했다'고 진술한 시점은 지난 8월 말이다.
이는 윤 전 본부장이 7월 30일 구속되고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 간 부정한 거래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한 시기였다. 당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향배를 결정할 핵심 증거로 여겨졌다.
법조계에선 이런 상황에서 윤 전 본부장이 선처를 대가로 이름 있는 정치인과 관련한 수사 단서를 제공하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시적 성과를 원하는 특검팀에 솔깃한 정보를 내놓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인 전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의 수사나 재판에서 가벼운 처벌 또는 형량을 기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동시에 통일교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근했다고 강조함으로써 특정 정당과의 유착을 꾀했다는 의혹에 반박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을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의 '정교유착' 핵심으로 지목해 구속기소하고 지난 10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배우자인 이씨 역시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더욱이 윤 전 본부장이 지난 5일 재판에서 '민주당 지원' 주장을 다시 꺼낸 후 촉발된 특검의 편파수사 논란은 결국 '통일교 게이트' 전반에 관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 의혹에 대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이 사안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성역 없는 경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윤 전 본부장 역시 수개월 간 이어진 특검 수사에 이어 이번엔 경찰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사 경과에 따라 추가 기소와 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그는 상황을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수습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추가 폭로를 예고했으나 입을 굳게 다물었고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으로 최후진술을 마쳤다.
12일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사실상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당시 특검팀 조사와 관련해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제 의도하고 전혀…"라며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본격 수사를 앞둔 경찰은 이러한 돌발적인 입장 변화를 곤혹스러운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까지 확보된 유일한 수사 단서가 그의 진술이라는 점에서 수사 진척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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