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만 미국 신뢰…트럼프 선거 압박에도 반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종전 회담에 앞서 만난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이터]
우크라이나 국민의 4분의 3이 확고한 안전보장이 없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안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안전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영토 포기나 군병력 제한 등이 포함된 종전계획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응답자의 72%는 현재 상태로 전선을 동결하고 일부를 양보하는 형태의 협상에는 동의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로이터는 이번 여론조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종전안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의 압박 속에, 협상에는 유연한 태도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양보는 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을 러시아에 내주고 병력 규모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국은 종전 협상 국면에서도 돈바스 철군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에도 우크라이나 내부의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응답자의 63%는 계속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고, 내년 초까지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9%에 불과했다.
미국의 지원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회의적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21%만이 미국을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의 41%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신뢰도도 43%에서 34%로 하락했다.
안톤 흐루스헤츠키이 KIIS 전무이사는 "안전보장이 모호하고 구속력이 없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평화 협정 승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끝나기 전 선거를 치르기를 원하는 우크라이나인도 9%에 그쳤다.
흐루스헤츠키이 이사는 부패 스캔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을 수는 있지만 미국의 압박 속에 지금은 61%까지 회복됐다며 "선거 강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용해 선거를 회피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우크라이나에서 54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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