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중 곳곳 ‘중일·미중 갈등’ 뇌관
▶ 중국, 한미일 약한 고리 한국 끌어내려
▶ “하나의 중국 준수를” 방중 청구서
▶ 한중 항일역사 부각 ‘일본 고립’ 포석
▶ 민감한 현안 원칙적 입장 고수하고
▶ 비전략적 영역에서 협력 강조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 요구 등 중일 갈등및 미중 갈등과 직결되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자신들의 입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 등 갈등 사안에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의제에 더욱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재차 요구했다. 왕이 부장이 통화에서 “일본의 식민주의 범죄를 복권하려는 시도에 한국이 올바른 입장을 취해야 한다” “대만 문제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믿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중국 외교부가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조율하기 위한 통화에서 이 같은 이례적 발언을 공개한 것을 두고 중국이 방중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해석이 많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대만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갖고 있는 일관된 입장이 있다”고 말했고, 중일 갈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선 “주변 국가 사이에 갈등보다 대화와 협력이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는 등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이 대통령도 이날 중국 CCTV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합의된 내용은 여전히 한중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유효하다.
저 역시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중국 측 요구에 호응한 모습이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을 한미일 3국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유인책을 쓰려는 징후도 보인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는 이 대통령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할 것이라고 소개하며 김구 선생에 대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맞선 투쟁의 중심 인물”이라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항일 역사를 부각하면서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중관계 복원 및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 측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중국 측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지만, 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중국 편에 서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 대통령이 이날 CCTV 인터뷰에서 한중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실사구시’를 언급하며 “각자 국익을 충실하게 추구하되 상대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조정해 나가면 얼마든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안보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한중 양국은 최대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바를 치열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두고 미일과 갈등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이란 표현을 우리가 쓸 필요가 없다”며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라는 중국 측 주장을 승인한 만큼, 당시 합의를 존중한다고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북핵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 한미일이 뭉치는 것은 북핵 문제 때문이란 것을 중국에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비전략적 영역에서 한중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며 “한중 간 경제분업 구조와 지역 협력에서 얼마나 구체적 방안을 이끌어내는지에 정상회담의 성패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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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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