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히말라야, 삶과 죽음이 스치는 길 위에서’라는 글을 한국일보에 기고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는 23년 전 66세의 나이로 올랐던 킬리만자로 등정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25년 전 64세에 올랐던 민박이 곳곳에 있었던 히말라야와 비교하면, 킬리만자로는 물도 없고 텐트 이외에는 쉴 곳도 없었다. 산행 준비부터 체력 소모, 자연의 혹독함까지 모든 것이 훨씬 힘들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공항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버지니아 덜레스 공항을 떠난 지 17시간 만에 탄자니아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모두 녹초였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눈빛이 반짝였다. 공항 밖에는 호텔에서 보낸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을 달려 산길을 1시간 달린 끝에 Moshi에 도착해 Springland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탄자니아 북동부 최고봉이자 세계 최대 휴화산으로, ‘빛나는 산’ 또는 ‘하얀 산’을 뜻하며, 해발 5,895m에 이른다.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순간, 언어보다 공기의 결이 먼저 다가왔다. 사람들의 걸음 속도, 인사 방식, 식탁 위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리듬으로 움직였다. 낯설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Machame Gate, 일명 Whisky Route로 향했다. 해발 1,490m까지 버스로 1시간 거리. 입산 수속을 마치고, 대원 13명과 포터 39명, 가이드 15명이 Machame Route에 배치되었다. 산행이 어려울 때면 “아쿠나 마타타(문제없어)”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첫발을 내딛은 목적지는 해발 2,980m Machame Camp. 약 18km를 8시간 걸었다. 진흙과 나무뿌리가 얽힌 삼림 지역, 화산재와 진흙이 뒤섞여 얼굴과 옷에 달라붙고, 숨은 거칠었다. 다리는 떨리고 무릎은 감각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캠프는 화산재가 두꺼워 숨쉬기 힘들었고, 해가 지면 온도는 급격히 떨어져 밤공기는 영하로 얼어붙었다. 낮과 밤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산, 인간의 몸은 자연 변화에 그대로 노출됐다.
바랑코 캠프(3,900m)까지 6~7시간 트레킹하며 산소 부족까지 겹쳐 한 걸음 한 걸음이 버거웠다. 일부 일행은 하산했고, 나 또한 계속 가고 싶은 마음과 돌아가야 한다는 충동 사이에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Stella Point에 도달했을 때, 가파른 언덕은 끝났다. Stella Point까지만 올라도 공원관리국 인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정상 Uhuru Peak(5,685m)까지는 210m 남았지만,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이 더 중요했다. 추위와 희박한 산소, 화산재 속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나아간 시간은 단순한 정복이 아닌 자신과의 대면이었다.
하산 후 Mweka Gate(1,890m)까지 3시간 걸어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얼굴과 몸은 화산재와 땀으로 뒤덮였지만, 마음은 단단하고 평온했다. 히말라야에서는 민박이라도 있었지만, 킬리만자로에서는 아무 것도 없어 현실적 환경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실감했다. 정상에 서서 느낀 기쁨은 단순한 높이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낸 자신에 대한 인정이었다. 자연 앞에서 작아지고, 그 끝에서 비로소 가장 온전한 기쁨을 만났다.
그날의 경험은, 히말라야와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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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발렌티나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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