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 메트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아시아 첫 공개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하 메트)이 소장한 인상주의 회화 80여 점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메트 소장 로버트 리먼 수집품 중 핵심 걸작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였다. 광복 80주년이자 국립박물관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은 특별전으로 작년 11월부터 진행중이다.
로버트 리먼(1891~1969)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경영 가문의 일원이자 최정상 예술품 수집가로 60여 년에 걸쳐 수집한 2600점 이상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굵직한 컬렉터였던 아버지 필립 리먼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최고급 예술품을 보며 성장했다. 그는 뛰어난 감식안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직관에 따라 작품을 수집했다.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 근대미술까지 회화, 드로잉, 장식 예술,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작품들이다.

왼쪽부터 ▲ 메리 커샛_봄정원에 서 있는 마고_1900_67.9×57.8cm ▲ 키스 반 동겐_마리아_1910_64.8×54.3cm ▲ 오귀스트 르누아르_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_1891년경_캔버스에 유화_40.6×32.4㎝. ▲ 살바르도 달리_레이스를 뜨는 여인_1669_24x21cm
리먼은 “예술 작품은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감상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사후 수집품 전체를 메트에 기증했다.
아서 A. 하우턴 주니어 당시 메트 이사회 의장은 “리먼의 기증은 두 번째 세기를 맞이하는 메트박물관을 ‘위대함’에서 ‘독보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주었다”고 평가했다.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은 “이 작품들은 한 번도 메트 밖을 떠나본 적 없다”며 “리먼 컬렉션 작품들은 단일 대여조차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규모의 전시회가 기획된 것은 매우 특별한 시도”라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프랑스 명화 소장품으로 인상주의가 어떻게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며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는지 조명한다”고 했다. 전시 구성은 몸, 초상과 개성, 자연, 도시와 전원, 물결의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누드, 인물, 풍경화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실감할 수 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빈센트 반 고흐_꽃 피는 과수원_1888_72.4×53.3㎝ ▲ 폴 고갱_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 1892_109.9×89.5㎝ ▲ 오귀스트 르누아르_해변의 사람들_1890년_52.7×64.1cm ▲ 폴 세잔_자 드 부팡 근처의 나무와 집들_1886_67.9×92.1㎝
전시 작품 중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를 치는 소녀>는 프랑스 정부가 작가에게 의뢰한 첫 그림이다. 당시 마이너에 머물던 인상주의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걸 보여주는 중대 사건이라고 평하는 작품이다. 그 외 폴 고갱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 반 고흐 <꽃이 핀 과수원>, 앙리 마티스 <의자 위의 누드> 등 최고 걸작들이 눈길을 끈다.
인상주의의 외연을 넓힌 숨은 주역들도 다양하게 만난다.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풍경화, 대도시의 활기를 담아낸 카미유 피사로의 거친 붓질, 요절한 화가 장 프레데리크 바지유의 드로잉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전시장엔 텍스트가 유독 많다. “자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에게 비치는 모습은 단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는다”(폴 세잔), “그림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거울처럼 비치는 물이다. 흘러가는 구름, 신선한 바람, 서서히 사라지다가도 불현듯 눈부시게 쏟아지는 빛”(클로드 모네). 화가들의 말을 수놓은 전시장 벽도 또 하나의 작품이 됐다.
‘깊이 있는 기획’으로 빛을 발했고, 수집가 리먼의 신념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긴 이번 전시는 3월 15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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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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