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인장, 또는 게발선인장(학명: Schlumbergera)은 겨울철 밤이 길어질 때 꽃눈을 맺어 11~12월, 특히 크리스마스 무렵에 꽃을 피운다. 일반 사막 선인장처럼 가시 돋친 가지가 많은 대신, 잎처럼 보이는 납작한 마디가 이어져 있어 ‘게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진분홍의 화려한 꽃은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피어나며,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감싼다.
지난 금요일, 지인의 집에서 2월 중순에 다시 꽃을 피운 게발선인장을 만났다. 재개화가 되는 줄은 몰랐는데, 조건이 맞으면 몇 주에서 몇 달 간격으로 다시 꽃눈을 맺는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LA에서 자란 그 지인은 현지에서는 실외에서 키우는데 번식력이 워낙 강해 조금만 방심해도 화단을 뒤덮을 정도라며 웃었다. 온도와 습도 같은 서식조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자라고 번식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연의 생명력과 내재적 서식지 조건은 우리의 경제활동과 기업의 경영 방식 속에서 점점 제약받고 있다.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할수록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갈등 구조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정부간 생물다양성·생태계서비스 플랫폼(IPBES) 회의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2012년 설립된 이 기구는 생태계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적 권고를 제시하는 국제기구다. 회의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GDP로 측정되는 경제성장이 생물다양성 훼손의 주요 동인이 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현재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생물다양성의 붕괴가 더 이상 환경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의 식탁과 건강, 나아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고서는 대안적 경제 모델의 하나로 ‘생물경제(bioeconomy)’를 제시한다. 이는 화석연료 기반 자원을 대체해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biomass)을 활용함으로써 식품, 에너지, 소재,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경제 체계를 뜻한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생물경제 전략을 발표하며 이를 기후중립 달성, 농촌 지역 활성화, 산업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핵심 축으로 강조해 왔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과연 생물경제는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을까. 어떤 기업들이 생물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선구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을까.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학계와 정책결정자,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이미 이를 실천에 옮긴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한 예가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럭셔리 그룹 케어링(Kering)이다. 구찌(Gucci), 생로랑(Saint Laurent),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등을 보유한 이 기업은 면화, 가죽, 실크 등 자연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속에서 일찍부터 환경 리스크를 전략적 경영 과제로 인식해 왔다. 케어링은 2015년부터 환경손익계산서(Environmental Profit & Loss, EP&L)를 도입해 탄소 배출, 수자원 사용, 토지 이용 변화 등 환경 영향을 화폐 가치로 계량화하고, 이를 공급망 전반에 걸쳐 관리하고 있다. 재생농업 확대와 자연자본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기업의 가치사슬과 재무 의사결정에 통합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장기적 리스크 관리이자 구조적 전환 전략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사례인 홀심(Holcim)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건축자재 기업으로, 시멘트·콘크리트·골재를 생산한다. 전통적으로 고탄소·고훼손 산업으로 분류되는 시멘트 산업에서 홀심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전략을 선언하고, 채석장 운영 이후 생태 복원을 의무화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협력해 과학 기반의 생태 지표를 개발하고, 단순한 상쇄(offset)를 넘어 복원 이후 생태적 가치가 이전보다 더 향상되는 ‘순생물다양성 증진(Net Positive Biodiversity)’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산업 전환과 생태 복원을 결합한 사례로, 고탄소 산업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은 생물경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정책결정자들은 산업 전반의 구조와 자본의 흐름, 가격 신호를 재설계하는 정책적 유인구조의 전환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 역시 생물경제 체제 전환의 동반자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부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을 바꾸고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전환의 공동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2월에 다시 꽃을 피운 게발선인장을 보며 문득 생물경제 또한 적절한 조건과 시간이 갖추어져 발화할 수 있는 시절이 곧 오기를 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자원을 무한한 생산 투입요소가 아니라 유한하고 희소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기업, 그리고 바이오 기반 제품 등을 선택하며 시장에 다른 신호를 보내는 소비자가 함께할 때 생물경제로의 전환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환 위에서 멈출 줄 모르던 생물다양성의 손실 또한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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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성 조지메이슨대학교 환경 과학 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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