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최가온(18)의 투혼은 전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다. 머리부터 떨어진 1차, 또다시 넘어진 2차 시도의 좌절에도 최가온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 대역전극을 써냈다. 당시 최가온은 훈련 중 왼쪽 손바닥뼈가 세 군데나 골절, 반깁스 상태로 출전했다고 한다. 대견하고 거침없는 10대 보더 최가온이 준 감동은 오래 남을 듯하다.
■ 은메달리스트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26)이 보여준 품격도 큰 울림을 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적 스타에 오른 그는 3연패를 노리던 참이었다. 그러나 최가온에게 밀려 ’전설’의 대기록은 무산됐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최가온의 승리를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깡총깡총 뛰며 축하했다. 최가온이 1차에서 실패했을 땐 따뜻하게 안아 위로하며 함께 울먹이기도 했다. 최가온을 ‘마이 베이비(My baby)’로 부르는 그는 시상대에서 최가온의 목도리가 얼굴을 가리자 촬영을 위해 자상하게 내려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가온이는 재능도 있지만 훈련도 열심히 한다”며 “그래서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고 그래서 가온이가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 동메달을 목에 건 일본의 오노 미즈키(22)의 존중과 배려도 빛난다. 최가온이 3차 시기 점수에서 1위에 오르자 가장 먼저 달려가 이를 알려준 게 그다. 시상대에서 최가온이 태극기를 거꾸로 든 걸 알아채고 조용히 바로잡아준 것도 그다. 운동만 잘하는 게 아니라 와세다대에 진학할 정도로 학업에도 매진, 많은 선수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 이처럼 훌륭한 세 선수가 시상대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며 셀카를 찍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클로이 김은 부모님이 이민 1세대라 한국어에 능하고, 오노 미즈키도 평소 K드라마를 즐겨 한국어 소통이 가능하다. 미래엔 우리말이 국제공용어가 되지 말란 법도 없겠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로 사실상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들어섰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최가온처럼 당찬 미래 세대를 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는 없다.
<박일근 /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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