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악극 ‘엘렉트라 (Elektra)’는 1909년에 발표되었는데 1905년에 발표된 ‘살로메’와 마찬가지로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같은 시대에 활약하던 푸치니는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소음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한 반면 스트라빈스키같은 이는 바그너 이후 진정한 오페라는 드뷔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와 ‘엘렉트라’ 밖에 없다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회 컬럼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R. 슈트라우스는 (과대망상가) 바그너를 추종한 작곡가 중의 한 명이었다. ‘엘렉트라’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었는데 바그너와 다른 점은 바그너가 긴 공연 시간과 거대한 악기 편성… 철학, 문학이 총동원된 총천연색 종합예술을 펼쳐 보였다면 슈트라우스의 경우는 이 모든 것을 최대한 간결하게, 흑백 영화처럼 선보였다는 것이다. 대신 엑기스만 뽑아내 연극의 효과와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영리함을 발휘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오히려 바그너와는 다르게 순수 예술로서의 가치를 더 빛나게 했으며 슈트라우스의 독창성을 인정받게 했다는 점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악극 ‘엘렉트라’는 일반적으로 전해오는 그리스 신화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엘렉트라’는 소위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명사가 말해주고 있듯 고대 아가멤논(왕)의 딸(Elektra)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클뤼템네스트라 )를 살해하고 복수한다는, 단순히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어머니를 미워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그린 것이 아니라 복수에 집착한 한 여인의 정신병과 성적 히스테리가 발작하여 사망한다는 복잡한 잠재의식적인 요소까지 끄집어낸 어려운 작품 중의 하나였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음악도 시종 어두운 선율로 일관하며 마지막까지 폭발력을 억제하면서 처음 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다시말해 관객의 교양을 시험하는 도전적인 작품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빽빽한 설명보다는 간결한 전개, 스피드 있는 스토리는 마치 담백한 흑백 영화를 보는 듯 했고, 아이러니한 것은 주체적 입장에 있는 작곡가가 발을 한 발을 빼는 절제력을 발휘하자 순 예술로서의 진가가 오히려 빛을 발하면서 매니아 층의 입장에선 열광적인 환영을 보냈는데 슈트라우스 스스로도 바그너에서 진 일보한 자기만의 악극을 완성했다고 득의만면해했다고 한다.
슈트라우스의 콧대를 한층 드높인 이 작품은 그러나 두 시간짜리 1막으로 끝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가수는 가수대로 지휘자는 지휘자대로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연주자대로 초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스테미너 각축장으로 악명높으며 관객들 또한 정신적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극장까지 설계하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던 바그너와는 다르게 뛰어난 희곡(연극)를 가려쓰는 재능, 다시말해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음악가였다. 호프만스탈이 만든 연극 ‘엘렉트라’는 오랜 복수에 집착한 엘렉트라가 나중에 석녀가 되어버릴 뿐아니라 복수심과 성적인 히스테리가 쌓여 복수와 동시에 생명력도 함께 불타고(사망)만다는 가정을 내세워 히트쳤는데 호프만스탈이 원작으로 쓴 소포클레스의 작품 또한 시종 엄숙하고 냉혹하게 감정이 배제되어 있어 최고의 흑백 영화(?) 한편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미케네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 일가의 비극을 다룬 ‘엘렉트라’는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등이 모두 극으로 다루었는데 내용은 아가멤논을 살해한 그의 아내 클뤼템네스트라가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의 출발 당시 맏딸 이피게니를 희생시킨 것에 대한 원한을 품고 10년 독수공방 동안에 정을 통하던 에기스트와 함께 전쟁에서 돌아온 아가멤논을 목욕탕에서 도끼로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딸 엘렉트라는 어린 남동생 오레스트를 멀리 도망치게 하고 동생의 성장을 기다리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가족간의 비극을 다룬 이 작품을 연극으로 먼저 본 슈트라우스는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유튜브에 ’Elektra’라는 제목으로 많이 나와있으며 오페라는 물론 콘서트 용으로도 많이 제작되어 있다. 오는 6월 SF오페라의 여름 페스티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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