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군 없이 드론·미사일로 한달 교전 뒤 휴전…美·이란 각각 “승리”
▶ 核·제재 교환 힘겨루기에 레바논 전쟁까지 겹친 ‘고차방정식’ 종전협상
▶ ‘잠정합의’에도 마침표 못찍고 피로도만 점증…국내여론·경제상황 주시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된 선박들 [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시작된 중동 전쟁이 7일로 100일째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개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미·이스라엘이 각각 '장대한 분노'와 '사자의 포효'로 명명한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전개한 명분이었다.
미·이스라엘군은 압도적 화력을 앞세워 개전 이래 이란군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주요 정치·군사 지도자들이 제거됐다.
이란은 자국 영토에 날아든 미사일로 막대한 피해를 보자 현대전의 주 무기로 떠오른 드론을 활용해 '가성비' 높은 항전에 들어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장악으로 미국의 의표를 찔렀다.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대함 공격과 기뢰 부설로 가로막히자 국제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금융시장 역시 전황에 맞춰 요동쳤다.
호르무즈 봉쇄가 세계 경제에 가한 직·간접적 충격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건진 무형의 소득으로 꼽힐 정도로 타격감이 컸다. 해협 개방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향해 외쳤던 '헬프콜'은 그의 다급함을 보여줬다.
호르무즈를 열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석유 시설을 때려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속에 미 지상군의 투입 준비 등 전면전 확산 위기가 고조되던 4월 8일, 양측은 한 달여 만에 극적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나흘 뒤 중재국 파키스탄에서 열린 첫 대면 협상에서 미·이란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노딜'로 돌아섰다. 그러자 미국은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막는 해상 봉쇄로 역공했다. 이란의 자금줄을 묶는 '경제적 분노' 작전도 병행됐다.
이처럼 상대방의 숨통을 조르는 교착상태에서 양측은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 요인이 뒤얽힌 고차방정식 같은 협상은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은 개전 명분인 이란의 핵 문제가 최우선이다.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이 레드라인이다.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넘기거나 파괴하고, 최소 20년간 농축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는 주고받기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 및 동결자금 해제는 핵 문제 해결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핵 문제는 차근차근 다루자고 맞선다. 당장 경제를 옥죄는 해상 봉쇄를 푸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에 노출된 채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무장 해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동의 이란 추종세력, 특히 레바논 내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까지 합의 조건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전쟁의 또 다른 주체인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안전한 생존을 담보하는 게 지상과제다. 가자지구 하마스에 이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자국에 인접한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해체를 추구해 온 일환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을 도와 전쟁에 가담한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 이란이 이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헤즈볼라가 반발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 위태로운 휴전 협정이 지난 3일 체결됐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레바논 문제를 분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다독여 변수를 줄이려는 반면, 이란은 레바논 문제가 풀리는 게 종전 협상의 일부라면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지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 카드'가 된 레바논 국민들의 애꿎은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동지중해 연안을 오가며 한쪽이 풀리는 듯하면 다른쪽이 꼬이기를 반복한 이번 종전 협상은 양측의 잠정 합의를 담은 양해각서(MOU) 초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에도 장기화 우려가 여전하다. 세계 각국이 고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하며 MOU 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이를 승인하지 않고 이란으로 돌려보냈다. 자신이 비판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합의(JCPOA) 수준을 넘어서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경우 폭사한 부친을 이어 새 최고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중상을 입은 처지에서도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게 됐지만, 여전히 강경·온건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체계적인 의견 교환이 어려워 협상이 늘어진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산발적 교전이 오가고는 있지만, 당장 휴전을 파기할 만한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모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각자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소득 없는 전쟁에 피로도가 점증한 데다 퇴행적인 전쟁 재개는 국내외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끝이 보이는가 싶다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전쟁의 향배는 악화일로인 자국의 정치·경제적 상황 속에 양측의 군 통수권자가 내릴 결단에 달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관측통들은 전한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전쟁 회의론과 유가 불안 장기화에 따른 11월 중간선거의 여론 지형이, 이란 측에선 에너지 생산시설 포화와 수출입 봉쇄에 따른 경제난 가중 및 반체제 위협이 종전 협상의 기저에서 작용할 변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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