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
애나하임 소재 ‘션 샤인’ 원아워 포토를 방문하면 나이에 비해 정정한 모습의 이종혁 할아버지(74)와 곱게 늙은 조정현 할머니(70)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50년 가까이 해로한 부부다. 인생은 60부터. 이들에게 인생은 분명히 60세부터였다.
한국에서 수의과 병원을 운영했던 할아버지(서울대 수의과 졸업)는 약국을 운영했던 할머니(이대 약대 졸업)와 함께 87년 미국에 이민 왔다. 부부는 뉴욕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일부 주민들의 예사롭지 못한 행동을 보고 남가주로 이주하기로 결심, 애나하임에 정착했다.
"성숙한 자녀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뒤는 돌아보지 말고 열심히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정착후 1년 동안 미국생활 익히기에 바빴던 할아버지는 수의과 병원과 사진현상소 개업을 놓고 잠시 망설였다. 수의과 병원의 경쟁이 더 심한 것으로 판단, 현상소 개업으로 마음을 굳혔다.
고객과 대화를 들으면 할아버지의 영어가 꽤나 유창했다. 궁금증이 일었다. 할아버지는 "한국전 전후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통역 일을 했다"며 "자신이 최초의 영어 통역관일 것"이라고 대답,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할아버지는 외국어 습득 주창자이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이를 강조해 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영어와 한글, 일본어가 빽빽이 적혀진 노트를 보여주며 지금도 외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웃었다.
할아버지는 많은 스몰 비즈니스 가운데 어떻게 사진현상소 개업을 생각해 냈을까 또 궁금했다. "한국에서 수의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밤에는 미군 나이트클럽에 나가 사진 찍는 일을 30년 동안 계속해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일에 익숙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업소 운영을 하면서 매월 2,400달러의 임대료를 내느라 돈을 까먹었다. 지금은 매일 평균 300달러의 매상이 올라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 만하단다.
미국에 이민 오면서 술, 담배를 끊어버렸다는 할아버지는 "이민자들은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할 생각이다"며 "현상소 운영이 조금은 지루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 만큼 힘이 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고객들이 못 믿어 하는 눈치가 역력했으나 성심 성의껏 노력한 덕분에 단골이 많이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증명사진을 찍으러 고객이 찾아오니 그를 의자에 앉힌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는 등 활기찬 모습의 할머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대답하기 전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들과 오손도손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1남 3녀의 자녀를 두었다. 딸들은 시집가 시카고에서 살고 있다. 미네소타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은 조만간 3M사 한국지사 품질관리 책임자로 한국에 들어간다.
고객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인상을 잃지 않기 위해 언제나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오후 8시 업소 문을 닫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떨어진 집을 향해 나란히 걸어갔다.
(사진설명) 60세가 넘어 이민와 부인과 함께 사진현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혁 할아버지는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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