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한해의 축복에 감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있는 연말. 그러나 우리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불안과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들에게 연말은 고독과 불안의 연장선일 뿐이다.
창문도 없는 한인타운 허름한 사글세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원창길(40)씨.
한때 외항선원으로 번 돈으로 소매상을 운영하던 번듯한 사장이었지만 IMF로 사업이 도산하면서 98년 10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부인과 아들을 남겨둔채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친척도 없는 원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페인트 일등 단순 노동직뿐. 1년전 비자가 만기돼 불법체류자가 된 후에는 생활비를 벌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4개월전부터는 자전거로 타운을 돌면서 구두를 닦아주면서 한달에 1,000여달러를 간신히 벌고 있다.
원씨는 "불법체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지나가는 경찰차만 봐도 심장이 뛰는 우리의 심정을 이해못합니다. 한국에서는 기술자격증중 최고로 치는 토잉운전자와 대형트럭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원씨가 기거하고 있는 하숙방에는 원씨같은 처지의 불법체류자 4∼5명이 월 250∼300달러를 내면서 막노동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원씨는 주위의 불법영주권 취득이 많지만 불법으로 영주권을 얻고 싶지는 않다며 "우리같은 불법체류자를 한인 고용주와 연결시켜주고 이민수속 절차도 지원해줄 수 있는 한인사회의 온정이 그립다"고 말했다.
원씨는 최근 한시적으로 복원된 이민법 245(i)조항에 실날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원씨는 "245(i)벌금 1,000달러를 포함한 7∼8,000달러 취업이민 수수료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만 4월30일까지 스폰서를 구할 수 있겠느냐"며 "연말이 돼 창문도 없는 방에 누워있으면 선물조차 보내주지 못한 18세된 아들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원씨는 왜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생활이 괴롭지만 열심히 일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국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주지역 한인 불법체류자 수는 19만8,000명. 이는 전체 재미동포 205만여명의 약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한인 이민업계에서는 최근 몇 개월간 이민변호사 사무실에 폭주하고 있는 각종 이민신청과 문의, 또 한인타운내 아파트 부족현상등을 한인 불법체류자가 크게 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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