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령, 최은희, 김지미 그리고 홍세미 등에 이어 몇 대째인지는 모르겠으나 틴에이저 신인 이효정이 한국의 열녀 춘향이가 되어 다시 한번 사랑의 승리를 노래한다. ‘서편제’에 주연했던 김명곤이 극본을 쓰고 임권택이 감독한 이 영화는 지난 해 칸을 시작으로 토론토와 뉴욕영화제 등에서 격찬을 받았는데 여러면에서 외국인 관객을 의식하고 만든 흔적이 보인다.
뒤늦게 판소리에 반한 임권택이 조상현의 판소리(이 소리는 조씨가 30여년 전에 부른 것) 내용과 리듬을 그대로 따라가며 만든 영상과 소리의 결합체로 영화 중간에 극장에서 관객을 상대로 소리하는 조씨의 공연장면을 삽입했다. 임감독은 외국인들 뿐 아니라 판소리를 모르는 한국사람들에게도 가장 한국적인 소리인 판소리를 알려주기 위해 그런 수법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장면 삽입과 판소리 해설에 의한 극진행은 이야기의 흐름을 다소 방해하고 있다.
춘향이야기는 해학과 한이 있는 계급사회 비판이자 역사의식이 담긴 민화인데 무엇보다도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뜨거운 사랑이야기다. 영화는 춘향의 열녀관에 촛점을 맞추는 대신 춘향과 몽룡(역시 신인인 조승우-그는 가요 ‘행복이란’을 부른 조경수의 아들)의 몸과 마음을 다한 사랑에 액센트를 주고 있다.
요즘 관객을 고려함과 동시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원초적 사랑을 묘사하기 위해 임감독은 춘향과 몽룡의 발가벗은 육체의 사랑장면을 유희하듯 묘사하고 있다(베테란 촬영감독 정일성이 찍은 이 장면이 참으로 곱다). 걸직한 음담과 거침없는 성기묘사가 나오는 판소리에 비하면 두 연인의 나체장면은 소꿉장난이다.
판소리의 흐름과 리듬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인지 보기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이지만 진행속도가 다소 느린데다가 모든 것이 너무 단정하고 깔끔해 강렬한 느낌전달은 부족하다. 임감독은 극적인 것을 자제한 것은 한국적 리듬과 정서의 속도를 따르면서 영화의 격조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파란만장한 사랑의 야이기이니 만큼 정열과 감정적 파고의 높낮이가 보다 격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품의 톤과 분위기 뿐 아니라 극중인물들도 모두 무던하다. 두 신인배우의 연기가 서툰데다 월매(김성류), 변학도(이정훈) 및 향단(이해은)과 방자(김학용) 등이 개성 있게 묘사되지 못해 인물 보는 재미가 모자란다. 감독의 심혈을 쏟은 정성이 칭찬받을 만하나 이야기와 인물에 다소 파격적 변화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4개월간의 촬영 그리고 8천명의 엑스트라와 1만2천벌의 의상이 사용됐는데 옛 우리나라의 음식과 복식 그리고 생활모습과 풍습 등이 충실히 재현됐다. 18일까지. 뉴아트(11272 산타모니카, 310-478-6379). 19-25일까지 사우스코스트 빌리지(코스타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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