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의사들처럼 섀넌 하이트리터(26)도 언젠가 자기도 자기 이름을 걸고 실수할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다. 어리석은 것일 수도 있고 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을 그 실수를 할 때, 미국의 거의 모든 의사들과 달리 하이트리터에게는 기댈 구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들에게 환자를 위태롭게할 위험한 결정을 하지 않도록 경고해주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자기가 근무하는 보스턴의 ‘브리검 앤 위민즈 하스피털’의 한 컴퓨터 터미널에서 약 처방을 입력하면서 하이트리터는 "이게 있어서 정말 마음이 든든해요"라고 말한다. "환자가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약들끼리 상호작용이 있을 경우에는 그렇다고 알려주거든요"
브리검 하스피털의 경우 1993년에 이 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병원 전체의 투약 실수가 55% 줄었고 그로 인한 환자 피해도 17%가 줄었다. 이후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투약 실수는 10년전보다 86%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처럼 의료과실에 대한 대중의 원성이 그렇게 자자한 오늘날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미국내 종합병원은 5%도 안된다. 그만큼 시간과 금전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의료과실에 대한 경각심에 불을 당긴 것은 2년전 국립과학원이 해마다 미국 병원에서 예방가능한 과실로 죽는 사람을 최소한 4만4000명, 많으면 9만8000명으로 추산한 보고서를 발표한 다음이었다. 그러한 과실의 5분의 1은 약을 너무 많이 또는 적게 먹거나 약들끼리의 상호작용, 환자의 앨러지 반응등 약의 합병증 때문인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그러한 과실을 가장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고 또 막아주는 것이 바로 브리검 하스피털에 설치된 것과 같은 의사 처방 컴퓨터 입력 시스템인데 최신판의 경우 200~300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까지 드는 고가의 시스템이다.
2000만명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중 70개회사의 콘소시엄인 ‘리프프록 그룹’은 최근 이 시스템을 가장 시급히 채택해야할 개혁사항으로 선정하고 각 보험사마다 채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브리검 병원의 경우 디자인 및 설치에만 190만달러를 들였고 운영비로만 한 해에 50만달러를 쓰고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약사가 도저히 해독하지 못할 의사의 난필, 읽을 수도 없는 복사지, 환자 이름이 잘못 찍힌 처방전등 종이를 없앴다는 점이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환자에게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약을 처방했을 경우에도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고 처방한 약들끼리 상호작용을 일으키거나 비슷한 성분이 중첩되었을 경우에도 의사에게 통고한다. 병명이나 증세에 따라 투여량을 늘이거나 줄여야할 경우에도 최신 실험실 데이터를 참고하여 적정량을 산출해주며 약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검사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각 처방마다 투약 중지일이 명시되어 중지일 24시간 전부터 경고를 시작하며 처방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 각 병동의 약장으로까지 신호를 보내 간호사들이 무심코 약을 더 주지 않도록 만든다. 의사는 이 모든 경고와 신호를 뒤집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것을 약사들이 검토해야 한다. 모든 처방이 컴퓨터로 되는 이 시스템을 사용한 이후 브리검병원은 더 나은 약으로 바꾸고 중복되는 검사나 불필요한 X 레이를 취소시켜 50만달러를 절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이 병원 약사들은 매일 2500건에 이르는 처방을 일일이 확인, 150건중 1건 비율로 개입하여 과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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