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나가 밭가는 남편에게 부인이 밥을 나르며 아기를 숲속에 두었더니 범이 와서 아기에게 젖을 먹였다”
드라마 ‘왕건’에서 요즈음 잠잠하게 죽어지내는 견훤에 얽힌 전설이다.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랐다는 견훤은 호랑이 같이 용맹스러워서 청년이 되자 백제의 한을 풀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백제 재건을 도모했다. 견훤의 군대는 신라 정벌에 나서 한때 경주를 함락시키고 왕건의 군대를 풍비박산시키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견훤이 후백제 일으킨 지 40여년만에 여지없이 무너지는데 원인은 아들들의 싸움이었다. 위의 세 아들을 무시하고 가장 아끼던 넷째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 장자 신검이 난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고 아버지를 외딴 절에 감금시켰다. 견훤은 석달을 갇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와 적장인 왕건에게 몸을 의탁했지만 왕건이 후백제를 공격해 무찌르자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별세한 정주영 현대회장도 말년에 아들들의 분쟁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비범한 추진력과 순발력으로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며 자신만만했던 그도 아들들 사이의 불화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경영권 분쟁의 주역들인 2남 몽구씨와 5남 몽헌씨가 지난해 말 화해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라는 구심력이 사라진 지금 형제간 알력이 어떻게 터져나올지는 관심거리다. 그것이 그대로 현대라는 대 그룹의 앞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돈 있고 권력 있는 집치고 형제간 사이 좋은 집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이 진리일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너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부도가 난 한국의 유수한 재벌그룹도 그룹이 흔들리게 된 뿌리를 짚어들어가 보면 형제간 알력이 원인이었다. 굳이 재벌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산이 늘어나는 만큼 형제사이는 냉랭해지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원하는 만큼 차지하고 나면 마음이 풀릴만도 한데 꼭 그렇지 만도 않은 모양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아들들 케이스가 좋은 예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왕위를 계승하고 동생 조식은 그 밑의 신하로 있었는데 조비는 조식을 미워해 사사건건 괴롭혔다. 하루는 조비가 조식을 골탕먹이느라 일곱 걸음 걷는 동안 시를 지으라고 했다. 그때 조식이 지은 시가 형제간 알력의 아픔을 드러내는 유명한 시다.
“콩을 삶으려고 콩깍지를 태우니 솥안에서 콩이 운다. 본래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왜 이렇게 서로 볶아야 하는가”라는 내용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자녀에게 유산 안남기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호응하는 사람은 아직 소수이지만 이런 운동이 정착된다면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싸움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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