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꼴 보려고 그 정성을 들였을까요?”
LA 한인가정상담소가 재정난으로 한인청소년회관과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담소 ‘올드타이머’들이 보인 반응이다.
가정상담소의 재정이 어렵다는 소문은 한동안 나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기금 조성은 안되고 운영비는 서너달 버티기 힘들만큼 바닥이 나자 실무진이 ‘합병’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들 합병을 추진 중인 현 실무진은 1.5세·2세들이고 상담소가 내 몸의 일부처럼 애정이 끈끈한 사람들은 ‘올드타이머’1세들이라는 점이다. “운영이 안되는데 붙들고만 있으면 뭐하나.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1.5세 진영과 “조금 힘들다고 어떻게 그리 쉽게 포기하는가. 포기하기 전에 살릴 방안부터 찾는 게 순서 아닌가”라는 전 이사진·실무진들이 팽팽한 대립을 하다가 결국 불협화음이 밖으로까지 터져나왔다.
상담소 창립회원, 전 이사장, 전 소장등 ‘올드타이머’들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합병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80-90%가 1.5세·2세 변호사들인 현 이사진은 “합병문제는 21일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일뿐 밖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
이번 상담소 합병추진 사태를 보면서 1세들이 갖는 공통적 느낌은 2세들에 대한 섭섭함이다. 80년대 초 가정법률상담소 창립당시부터 봉사해온 한 1세 여성의 말이다.
“(2세들은)봉사기관에서 일하면서도 희생정신이나 봉사정신이 너무 없어요. 정부 보조금 끌어다 쓸 생각뿐이지 내 시간, 내 돈 내놓고 봉사하는 모습은 안보여요. 너무 이기적이지요”
조그만 사무실에서 소장은 파트타임 봉급 받고, 일반 사무는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이사들은 과일이며 샌드위치 사들고 찾아가 격려하던 80년대가 그립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처럼 10여명 직원에 연예산이 1백수십만달러가 되는 화려함은 없지만 봉사하려는 정신이 가장 큰 재산이 되던 때였다.
그러니 운영비 없어서 합병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너희 직원들 봉급타기 위해 상담소 문 닫느냐”는 격한 말까지 전 이사들 입에서 튀어나왔다. 매사에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흥분 잘하는 1세들에 대해 1.5세·2세들은 ‘실질적 도움은 안되고 잔소리만 많은 시어머니’라고 맞선다.
합병 운운에 몹시 가슴이 아프다는 한 ‘올드타이머’는 한편으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자식들을 잘못 가르친 것이지요. ‘잘한다’‘네가 제일이다’만 하며 키웠지 어려움 이기며 희생하고 봉사하라고는 못 가르쳤어요. 결국 우리 잘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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