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테러는 단단한 고리로 된 비극적 사이클을 만든다. 역사가 증언하듯 그 순환고리는 끊어질 줄 모른다.
테러조직은 행동대원이 목적을 달성하면 영웅시한다. 특히 일부 조직에서는 자살 테러리스트(Terrorist)를 순교자의 반열에 올리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테러가 단순 폭력이 아니라 일종의 성전이다. 그러니 허리에 폭탄을 두른 채 목표지점을 향해 몸을 던지는 청소년 자살특공대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원리로 보면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상태다.
테러 피해자에겐 테러리스트는 악마나 진배없다. 테러를 당하면 당사자나 가족, 친지들은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러나 충격은 언제 닥칠지 모를 또 다른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변한다. 미정부 관리들이 "2차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고, 잠재적 피해자들은 취약한 자신이 가공할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견디기 힘든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지진 후유증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테러와 공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테러를 당하거나 목격하면 피해의식 때문에 지나친 상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잔뜩 화가 난 부시대통령이 배후를 정확히 집어내지 못할 경우, 정치적 고려로 임의 타겟을 설정해 군사행동을 감행하다가 3차 대전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 뉴욕 등 미국 중심부를 타깃으로 한 동시다발 테러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이런 가상 시나리오도 등장한다.
테러는 피해자들에게서 분노와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미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그대로다. 한동안 넋이 나갔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피의 보복의 수순을 밟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집단이나 국가가 개입되면 영락없다. 이렇게 해서 악순환은 계속된다. 모두들 테러를 혐오하고 테러리스트를 저주하고 있지만 언제나 테러리즘이 종언을 고할지는 프랑스 출신의 희대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도 언급하지 않았다.
테러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굳이 들라면, 가급적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보이지 않는 적을 주위에 갖고 있으면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위험천만이다. 일단 일이 터지고 나면 당한 쪽만 억장이 무너진다.
어떤 명분도 테러를 정당화할 수 없다. 테러 배후에 대한 응징은 당연하다. 동시에 냉전체제 이후 유일무이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고 있지 않는지 주위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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