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일어나 작은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이제 막 솟아오른 순결한 햇살들이 여나믄 잎새를 매단 빈 나뭇가지 사이로 은물결을 이루며 반짝입니다. 비어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운 나뭇가지의 단순함을 바라보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서 태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 그 사이에 빛나는 시간이 우리네 인생입니다"라고 말했던 그리스 작가 카잔차키스의 잠언이 떠오릅니다.
한 그루의 나무도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뜨거운 폭염과 거센 비바람을 참아 견디어 내는 날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 미련없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여정도 그와 같이 아름답게 마무리하였으면 합니다
9월11일 이후 이땅에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던져진 화두는 "Why Alive?"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한 순간에 쓰러져간 수천 명의 희생자들, 그들을 잃고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을 가족들의 눈물, 그날의 악몽을 온몸에 고스란히 받고 고통 중에 있는 부상자들, 전쟁의 포화 속을 헤매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 그리고 연일 들려오는 탄저병, 경기침체, 감원바람 등 온통 우울한 이야기들 뿐 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날들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고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정채봉 시인의 글이 더욱 절실해 집니다.
동시대에 태어나 같은 아픔을 함께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서로 깊이 사랑해야 할 이유가 되겠지요.나목들 사이로 푸드득- 날개 짓을 하며 비상하는 작은 새들의 자유로움을 바라보면서 낮게 드리워진 우울을 털어 버리고 마음껏 푸른 희망을 향햐여 날아오르고 싶어집니다.
우리의 겨울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러나 추운 이 계절이 있기에 우리 서로 더욱 가까이 따스하게 손잡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봄 또한 기필코 찾아오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두려움 없이 겨울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