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요즘 화제는 빈라덴이 아니다. 마약에 관련되어 구속된 TV 탤런트 H양이다. 지하철에서 팔리고 있는 스포츠연예지들이 매진될 정도라고 하니 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짐작할만 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너무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다. 스타의 이미지는 자신이 형성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 의해 형성되어진 것이다. 대중은 스타의 실상과 허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가공의 이미지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다.
스타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존재다. 흘러간 명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은퇴한 후 일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까닭은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연인 그레타 가르보의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스타는 자기관리에 부지런해야 한다. 자신이 절벽 위에서 줄타기 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자기는 두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세상에서는 수백만개의 눈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 명성은 얻었지만 그 명성이란 감옥과 같은 것이다. 유명해지는 것만큼 자유를 잃게 되고 유명해질수록 고독해진다. 대통령이 되면 백화점에 쇼핑을 갈 수가 있나, 설렁탕 집에 갈 수가 있나. 심지어 동창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
이번에 구속된 TV 탤런트 H양이 연속극 ‘허준’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 그는 ‘국민의 애인’으로 불리울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었다. 연속극이 끝난 후 벌어들인 광고수입만 20억원이 되는 모양이다. 명예 얻고, 부자 되고, 인기절정에 오른 그가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한마디로 자기분수를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TV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져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다 매장되는 것을 헐리웃에서는 ‘드레이푸스 신드롬’이라고 한다. 리차드 드레이푸스라는 신인배우가 ‘굿바이 걸’이라는 영화에 출연하여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게 되자 갑자기 돈방석에 올라 마약을 하다 경찰에 잡혀 깊은 절벽으로 떨어진 사건에서 유래한 용어다.
(그는 처절한 노력 끝에 ‘조스’ 등으로 7년후 컴백했다) 옛날 델포이 아폴로신전 벽에는 ‘그노티세아우톤’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희랍어로 “너 자신을 알라”는 뜻이다. 인격수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상이다.
인격없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권력을 잡거나 인기스타가 되면 제일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자기억제의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분수를 잊어버리게 된다. 자기가 어떻게 해서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그저 자기가 잘나고 이뻐서 당연히 출세한 것처럼 착각하는 정신적인 신기루 현상이다.
배우가 너무 천사처럼 보이는 것도 핸디캡이다. 영화속에서 악역을 하거나 마약을 하는 배우들이 실제 코케인 관계로 경찰에 잡혀 들었다면 “역시 그렇군” 하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천사처럼 비친 배우가 마약으로 체포되었다면 팬들은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메리 파핀스’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연여우인 줄리 앤드류스는 그의 지나친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에 별로 출연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악역이나 타락한 여성역을 맡은 영화는 배신감으로 대중이 외면한다는 판단을 제작자들이 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H양처럼 진짜 마약사건에 얼켜들때의 팬들의 실망이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몸 가꿀 줄은 알아도 정신 가꿀 줄 모르는 스타가 너무 많다. 스타가 자기생명을 유지하려면 가슴속에 자기억제 시스템을 지녀야 한다. 자기가 자기에게 냉철하게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장치가 없으면 아무리 고운 백합이라도 썩기 마련이다. 썩은 백합이 풍기는 악취는 또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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