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과 부르카의 영화요 목발과 지뢰의 영화다. 이란의 명장 모센 마흐말바프(44·각본 겸)가 탈레반 정권 하의 아프간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찍은 작품인데 간단한 내용 속에 숭고한 인류애와 비감하도록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
지뢰에 무릎 아래가 잘라져 끝이 뭉툭한 다리들과 기아와 절망과 공포 그리고 황량한 들판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영화여서 무기력감에 빠질 만큼 가슴 아픈데도 아름답기 짝이 없다. 작품 안에 담긴 감독의 연민감 때문인데 이같은 아름다움은 검소하면서도 명백한 촬영과 아프간 고유음악에 의해 더욱 따갑게 부각된다.
주인공 나파스로 나오는 아프간 캐나다 여성언론인 넬로퍼 파지라의 실제경험을 각색한 것으로 모든 출연진이 비배우들. 어릴 때 캐나다로 이민간 나파스가 성장해 고국에 남겨둔 여동생(실제는 친구)을 찾아 상존하는 위험의 땅을 찾아가는 얘기다. 여동생은 지뢰로 다리를 잃은 데다 탈레반 정권의 극심한 여성 탄압에 절망, 20세기 마지막 일식 때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사흘 뒤의 일식을 앞두고 나파스는 아프간 여성들이 지고 다니는 피륙으로 만든 감방인 부르카(미라를 연상케 하는데 검은머리라 부른다)를 입고 친구가 있는 칸다하르로 길을 떠난다(나파스가 부르카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태양을 바라보는 첫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파스는 이 여정에서 피난민 가족과 코란 학교서 쫓겨난 학생 그리고 동네 의사인 아프리칸 아메리칸 타비브(하산 탄타이-20여년전 미국서 반호메이니파 이란인을 살해하고 이란으로 도주한 자로 알려졌다) 및 외다리인 사람과 여러 색깔의 부르카를 입은 결혼행렬의 도움을 받아 길을 간다. 영화는 나파스가 탈리반 병사에 붙잡혀 오도가도 못한 채 끝나면서 아프간 여인들의 절망감을 대변한다.
코란을 읽으며 총의 기능을 크게 외치는 소년들과 큰 거울 앞에서 부르카에 아내의 의족을 맞추어 보는 남편, 의족의 치수를 재는 줄자를 목에 건 적십자 요원들과 폐교 소식을 듣는 소녀들의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의족들과 사막을 야생화들처럼 원색으로 수놓는 부르카의 행렬 등 잊지 못할 장면들이 많다. 마흐말바프는 아프간인들의 총체적 고난을 세상에 알리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인용. Avatar Films. 파인아츠(310-652-1330). 타운센터5(818-981-9811).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