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후 가진 첫 연두 TV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을 이라크와 함께 지목해 ‘악의 한 축’이라고 말한 것은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발언이다.
부시의 이번 발언은 ‘마치 백악관의 마이크 타이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돌연스러워서 세계 최고 강대국의 대통령의 언행으로서는 경솔했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선거전 당시 법정싸움등을 거치면서 고어를 간신히 이기고 대통령직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건국 초유의 9.11 테러사태를 당했으니 어떻게든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으려 동분서주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 못할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전세계 사람들이 주목해보는 가운데, 그것도 생중계로 방영되는 TV 국정연설에서 나름대로의 주권국가들을 지목해 ‘악의 한 축’이라고 말한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그러한 발언이란 직접적인 교전 당사국에게나 사용할수 있는 극한적 용어다.
영어로 ‘evil’은 단순히 ‘악’이라고 번역하는 것 외에도 듣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마’나 ‘사탄’의 뉘앙스를 포함하는 극단적 경멸을 담고 있다.
이라크야 모르지만 아마도 이 말을 들은 북한이나 이란등 해당 당사국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며 아마도 이러한 이유때문에 지금 부시의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언론들마저 ‘이해못하겠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만일 이 연설문을 백악관 참모가 작성해주었다면 백악관 보좌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부시가 연설도중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면 참모들의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부시의 이상 발언은 사실 이번뿐만이 아니다.
9.11 테러 직후 가진 연설에서도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모두 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단순논리로 상당수 국가들이 ‘강대국 대통령의 오만’에 대해 기분이 상하는 모습을 보였던바 있다.
이번 부시의 발언이 위험스럽다는 것은 자칫하다가 그 불똥이 한반도의 안정 저해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한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용틀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안정에 대한 항구적 보장이 필수적이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등 주변 강대국들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무엇보다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의 대화 및 상호안전보장이 가장 중요하며 특히 ‘전쟁위험’이 종식되어야 한다.
’햇볕정책’이란 것도 바로 그러한 항구적 안정 보장을 위해 북한을 개방,변화시켜나가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통일까지 바라보자는 그러한 플랜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부시대통령이 세계 만방에 북한을 ‘악의 한 축’(an axis of evil)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은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라크야 ‘9.11 테러 배후국’이라는 심증 때문에 이해할수 있다지만 북한과 이란을 한데 묶어 ‘악의 한 축’이라고 발표해버린 것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자 성어에 ‘상선여수’(上善如水)라는 말이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과 같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부시의 ‘악마의 축’ 발언은 그 자연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있다.상식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상대를 ‘악마의 축’이라고 해놓고 멀쩡한 정신으로 대화가 과연 이루어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란 있는 앙금도 다스려서 말을 절제하고 가려서 해야 할 터인데 ‘악마의 축’ 발언을 돌연 내던져서 혼란속으로 몰아가는 부시의 외교방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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