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등신, 외교는 귀신’-.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에 대한 평가다. 국내 정치는 엉망인데 외교적으로는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이 ‘외교는 귀신’이라는 말과 관련한 한국의 한 원로 외교관의 평가가 재미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방 후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시절 이 박사의 국제감각은 아무도 따를 수 없었고 그 결과 ‘외교에는 귀신’이란 소리를 듣게 됐다는 것이다.
해방 직후 한국에는 해외문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오랫동안 일제 치하에 있었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생활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정세를 많이 관찰할 기회가 있었고 미국 정계에도 아는 사람이 많고 그 결과 외교감각이 훨씬 앞섰던 이 박사는 자연 독보적 존재로 비쳤다는 것이다.
사실 자유당 집권 12년 동안 한국의 대외관계는 거의 전적으로 이 박사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외무부가 있었지만 보조적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박사는 외교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변영태씨라든지 장택상씨 같은 사람들은 단지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기용했을 뿐이고 외교 문제는 이 박사가 홀로 챙겼다는 게 이 분의 회고다.
이 박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독재자라는 게 그동안의 평가. 그러나 오늘날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과 공산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공로자라는 인식에서다. 이 박사가 아니면 6.25의 어려운 시련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각설하고 DJ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인사에 귀신’이라는 소리 듣기는 애당초 틀린 것 같다. 국민의 정부 각료들은 역대 최단명이라는 기록을 보이며 잦은 개각을 했지만 별로 신통한 소리를 듣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외교를 홀로 챙긴다’는 점에서 DJ는 이 박사를 닮았다. W. 부시와의 서울 면담을 앞두고 통일원 장관도, 외통부 장관도 모두 날린 게 그 증거. ‘햇볕정책’만은 반드시, 그리고 홀로 챙기겠다는 각오 앞에 전문 외교관 출신들은 모두 추풍낙엽의 신세가 된 것.
그렇다면 ‘외교에는 귀신이란 평가’가 가능할까. 두고 볼 일이지만 ‘글세…’라는 생각이 앞선다. 햇볕의 약발은 이미 떨어졌고 이를 확인하는 한미 정상회담이 아닌가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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