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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칭찬이 있다. “참 곱게 늙으셨네요”라는 말이다. 50대는 물론, 60대의 여성들도 ‘곱게 늙었다’는 말을 들으면 앨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고우면 그냥 고운 것이지 ‘늙으셨네요’를 왜 뒤에다 붙이는가”가 불만의 내용이다.
‘고움’만 남기고 ‘늙음’을 떼어버릴 수는 없을까 - 노년층의 신체 조건이 나이에 비해 점점 젊고 건강해지면서 외모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미용성형외과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사이 65세 이상 연령층의 미용성형수술은 3배 이상 늘어서 연간 45만건에 달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은퇴를 하고 나서도 20-30년을 사는 일이 흔하고 보니 가능하면 우아한 모습으로 늙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환갑잔치가 한물 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 ‘환갑노인’이란 말은 더 이상 쓰이지도 않는다. 신체 건강한 환갑의 부모에게 잔치 대신 관광을 보내드리는 것이 인기 효도 선물이 되었다.
그런데 근년 부모들이 더 좋아하는 효도 선물이 생겼다고 한다. 바로 ‘효도 성형수술’이다. 젊은이들처럼 요란스럽게 얼굴을 뜯어고치는 것은 남세스럽다해도 은근하게 주름을 펴서 젊어 보이는 것은 노년층 누구나 바라는 바인데 이런 욕구로 요즘 인기 절정을 누리는 것이 보톡스라는 물질이다. 수술이 필요없이 주사만 맞으면 6개월 정도는 눈가가 팽팽해지니 젊은 기분 누리기에는 더 없이 간편한 시술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의 줄임말. 부패한 소시지나 통조림따위에 있는 독성물질로 잘못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식중독으로 200여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이 독소가 처음 발견되었다.
어떤 성분이든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데 보톡스가 그 좋은 예이다. 잘못 먹으면 신경마비와 함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 성분이지만 극소량을 주사하면 주름을 없애는 젊음의 샘이 되는 것이다.
보톡스는 원래 미용성형 분야 물질이 아니었다. 눈꺼풀 경련이나 소아마비 환자의 근력조절등의 치료에 쓰이던 물질인데 캐나다의 피부과 의사 앨라스틴 캐러더스가 처음으로 주름살 제거에 쓰기 시작했다. 그가 보톡스의 효능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안과의사를 아내로 둔 덕분이었다.
1987년 그의 아내가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느라 보톡스를 썼더니 주름이 없어진 것을 발견, 자신의 환자들에게 시술하면서 보톡스 붐을 몰고 왔다.
보톡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160만번 시술되었을 만큼 인기이다. 이렇게 ‘늙음’을 계속 뒤로 미루고 나면 21세기의 노인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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