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쏘라고 준 것이다." 4.19 당시 내무부 장관 최인규가 경찰발포와 관련해 한 말이다.
총은 그의 말대로 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총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무기가 다 그렇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무기는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예외 없이 다 사용됐다.
핵무기도 그럴까. 최초의 핵무기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이후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냉전시대는 이런 면에서 ‘핵에 의한 평화기’로 볼 수도 있다. 핵전쟁이 발발하면 철저한 상호 파멸만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평화를 가능케 한 것이다. 핵이 전쟁 억지 역할을 했던 것.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핵탄두 생산 경쟁을 벌인 것도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상대가 선제공격을 가해도 보복에 나설 수 있는 핵탄두를 충분히 보유해야 안보가 유지된다는 계산 하에 핵 레이스는 필사적이었다.
’핵 공포에 의한 기묘한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게 1980년대부터다. 핵전쟁에 대한 기존의 논리가 도전 받으면서부터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무기는 어떤 무기든 예외 없이 사용하게 돼 있다’는 전제 하에 핵전쟁은 ‘이길 수도 있는 전쟁’(winnable war)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이다. 이 개념을 도입한 게 레이건의 강경노선을 뒷받침한 보수파 싱크탱크다.
오늘날 ‘우주군’으로까지 개념이 확대된 MX 시스템이 바로 이런 논리를 편 보수파의 핵전략. 이 전략에는 그러나 무서운 책략이 숨겨져 있었다.
경제기반이 취약한 소련을 무제한 군사경쟁으로 끌어들일 때 그 체제는 필연적으로 주저앉게 된다는 계산. 결과로 보면 그 전략은 성공했다.
미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의 비밀부분이 언론에 공개돼 난리다. 북한 등 이른바 ‘악의 축’을 이루는 나라들을 타겟으로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냉전 당시 미국의 핵정책은 해상, 지상, 공중의 삼중점 체제(triad system)로 운영됐다. 주 타겟은 물론 소련. 이 냉전시대의 삼중점 체제가 신 삼중점 체제로 변용되어야 한다는 게 이번 NPR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그 변용이란 핵무장 적성국뿐만 아니라 비핵무장 대량 살상무기 보유국을 타겟으로 미국은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모양이다.
이 보고서 내용이 미국의 신 핵정책으로 확정될지는 아직 두고 볼 일. 그렇지만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왜 이 시점에서 교묘히 언론에 이런 비밀이 누설됐는가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왜 한반도를 둘러싸고 핵 이야기가 자주 나올까.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