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대한 긴 주석에 불과하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말이다. 약간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하나 들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플라톤을 꼽을 것이다.
‘국가론’은 어떤 나라가 이상 국가며 어떻게 하면 이를 세울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의를 실현하는 나라가 이상적인 국가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인물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자가 정치를 하거나 정치가가 철학을 하지 않는 한 이상 국가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공자도 제자가 "정치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정치는 정(正)"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치는 정의를 실현하는 작업이란 뜻이다.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는 점에서만은 동서양의 최고 철학자 사이에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그 동안 한인 사회에서 벌어져 온 일 가운데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일들이 많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50만 LA 한인의 대표임을 자처하는 한인회장 자리다. 지금까지 전체 한인의 1% 남짓한 표로 당선된 후에는 한인 사회 봉사보다는 한국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이 당연시 돼 왔다.
그 얼마 안 되는 표를 얻기 위해 ‘민주주의의 배신자’로 욕하던 YS에게 무릎 꿇고 대통령직을 구걸하는 노무현처럼 노인회장 발목을 붙잡고 매달리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다.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제는 단 한 표도 받지 않고 한인사회 대표를 자처하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LA 한인 사회에 ‘정의’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가 잇달아 생기고 있다. 그 동안 정의에 목마르고 굶주려 온 한인 사회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인보다 몇 배나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 스스로는 정의와 딴 판인 행동을 하면서 남에게 정의를 요구한다는 것처럼 우스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의’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 회원 명단을 살펴보면 ‘과연 이런 사람이 한인타운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LA 한인 정의 구현 추진위원회가 본인의 허락도 없이 명망 있는 타운 인사의 이름을 명단에 집어넣어 말썽을 빚고 있다. 한인 사회의 원로급인 한 변호사는 "전화 한 통 없이 내 이름을 정의 구현 추진위 명단에 집어넣고 지금까지 한 마디 사과도 없다"고 밝히고 "나 이외에도 이런 일을 당한 인사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의를 구현할 자격이 있는 지 먼저 한번 물어보고 정의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할 것을 권하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