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른 걸까. 그래도 미국에 사니까 한두 살이나마 깎여서 다행이지 도대체 마흔이 훌쩍 넘어버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어야 되는 건지.
나 자신 내 나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서른 아홉인 척 하고 삼년쯤을 살았다.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삼년 동안 서른 아홉이에요"라고 슬금슬금 웃으며 대답하곤 했다. 그리고 생전 내 나이를 적을 일도 없다가 닥터 오피스 같은데 가면 나이 적는 면에 너무나 낯선 숫자 사십 몇을 써 놓고, 햐~ 이게 정말 제대로 맞는 내 나이를 적은 건가 싶어진다.
그리고 언니가 매일 "너는 10파운드를 빼면 주름이 생기니 안되고 5파운드만 빼도 다섯 살은 마이너스 해줄 텐데…"라고 살빼기를 강요하기에 저녁을 며칠 좀 부실하게 먹었더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까지 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아이라인을 그리면 왜 아이라인이 위 눈꺼풀에 묻는 건지.
언젠가 미장원에서 머리를 바람처럼 멋지게 날리고 나오는데 할머니 세 분이 앉아 있다가 잔뜩 나이 먹은 나를 보고 "섹시, 그렇게 젊으니 꾸며도 자태가 나니 좋겠수…”라고 말하니까 다른 할머니 한 분이 "그렇게 젊어질 수만 있다면 무일푼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해도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데 청초하고 싱그러워 보이는 20대 아이들을 우리가 부러운 듯이 쳐다보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것이다.
5달러짜리 티셔츠 하나 걸쳐 입고 있어도 예쁘기만 하고 싱그럽기만 해 보이는 20대 애들을 쳐다보면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나도 바로 엊그제 저렇게 젊었었는데…" 그때는 그 젊음이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다는 것도 모르고 왜 그렇게 마음에 드는 일도 별로 없고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혹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고 고민과 방황도 하곤 했었다.
지금은 어쩌다가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그때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같은 얘기들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그때가 행복했었나를. 생각해 보면 젊음이 있었다고 다 행복하지는 않았다. 사실은 지금처럼 풍족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은 건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 실컷 먹고도 잘록한 허리를 간직할 수 있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냥 이제는 이대로 나이 먹어 가는 이 나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죽어서 멈추지 않는 이상 나이는 그 누구도 멈출 수가 없다. 이제는 떠나가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 청춘의 끝자락을 붙잡고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고 그 누군갈 사랑하고 그러므로 사랑도 받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 움직이면서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찬란했던 우리의 젊음에 멋진 안녕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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