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시절이니까, 30여년 전으로 기억된다.
한 축구선수가 있었다. 그는 한번도 국가대표감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개인기도 고만고만한 데다가 빠르지도 못했다. 거기다가 지방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실업팀의 이름 없는 선수로 뛰던 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왔다. 국가 대표팀 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든 것이 한 요인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다른 요인도 있었다. 형이 출세해 권력기관에서 힘을 쓰게 된 탓이었다. 말하자면 ‘빽줄’이 생긴 것.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 스코틀랜드를 대파하고 강호 잉글랜드와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세계 최강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데 따라 나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히딩크식 경영방식’이란 유행어까지 나오고 있다. 짧은 시일에 한국 축구를 선진대열에 끼게 한 히딩크식 훈련방법은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일반 기업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히딩크식 훈련방법의 하이라이트로는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배짱, 기초에 충실한 훈련방식, 장기적 비전 제시, 프로다운 철저한 준비 등이 거론된다. 이 원칙들을 기업 경영에 적용할 때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히딩크식 용병술도 관심 대상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 심리상태까지 파악, 적절히 타이밍에 특정 선수를 투입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히딩크 리더십의 비결은 이 뿐일까. 하나가 더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학연, 지연 등에 대해 철저히 무식하다’는 점. 이게 히딩크 리더십 성공의 가장 주된 요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고 설킨 사회다. 스포츠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앞서 말한 무명 실업팀 출신 국가대표 선수 스토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축구계에서는 한 때 Y대나 K대 출신이 아니면 대표선수가 되기 어려웠다. 가령 감독이 K대 출신이면 코치에서 선수들이 K대 일색이 되기 일쑤였던 것.
이 점에서 히딩크는 역대 감독과 다른지 모른다. 말하자면 Y대든 K대든 히딩크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축구를 잘하기만 하면 그의 눈에 띄었고 그런 선수를 발탁해 철저히 훈련시킨 결과 작은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기왕 히딩크식 경영방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무래도 그 첫 순서는 ‘학연과 지연의 철저 파괴’가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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