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권정희 편집위원>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 환경보호 단체를 꼽으라면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이 오더본협회이다. 전국 조직, 국제 조직은 물론 각 주마다 조직이 있어서 ‘오더본’이란 이름이 붙은 단체만 미국에서 500개가 넘는다.
이 많은 ‘오더본’의 설립 목적은 생태계 보존. 아울러 ‘오더본’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새에 대한 편애이다. 세상의 무수한 동식물중 조류가 특히 사랑을 받는데 그 이유는 ‘오더본’이란 이름과 상관이 있다.
1886년 처음 설립된 오더본 협회는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조류학자인 존 제임스 오더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단체이다. ‘미국의 조류’라는 방대한 책을 저술한 오더본은 한마디로 새에 미쳤던 사람이다. 생업을 제쳐두고 하루종일 숲속에서 새만 관찰하다가 결국은 조류학자이자 새 그림 화가가 되었다. 그가 그린 새 그림들은 정교하고 치밀해서 지금도 그 프린트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면 오더본은 날아다니는 새들을 어떻게 그렇게 세밀하게 그릴 수 있었을까. 새가 “나를 그려달라”고 얌전히 포즈를 취하고 있었을 리도 만무한데 말이다. 방법은 하나, 새를 잡아 박제해서 앞에 놓고 그리는 것이다.
새를 너무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새를 죽이는 아이러니가 19세기식 인간의 이기심이었다면, 닭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힘 안들이고 먹기 위해 유전자를 바꿔버리는 것은 21세기식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닭을 털도 뽑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아예 깃털 없는 닭이 곧 세상에 등장할 모양이다. 얼마전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닭을 새와 잡종교배해 깃털없이 맨들맨들한 신종 닭을 육종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다.
중동과 같은 더운 지방에서는 닭의 성장 속도가 느려서 닭고기 값이 비싸다. 닭이 빨리 자라려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 더운 지방에서는 닭들이 그 열을 감당할 수 없어 성장이 자연적으로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몸을 덥게 하는 털을 없애주면 닭들이 열 받을 일이 없어 사육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아울러 계사에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되니 연료비가 절약되고, 닭털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좋다는 주장이다.
플라톤은 인간을 ‘몸에 털이 없고 두 발로 걷는 동물’이라고 했다는 데, 신종 벌거숭이 닭은 그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털 뽑힌 맨살의 닭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괴하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연의 섭리를 어디까지 거스를 것인지, 생태계의 유전자를 이렇게 마구 조작해도 뒤탈이 없을 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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