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권정희 편집위원>
한국에서는 요즈음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식당이건, 술집이건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누군가 “대-한민국!”을 외치면 밥을 먹다가도, 술을 마시다가도 ‘짝짝 짝 짝짝’이 자동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일종의 범국민적 조건반사 작용이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생경함이 없지 않던 빨간색이 이제는 잠시라도 안보이면 허전할 정도로 가장 친근한 색깔로 인식이 바뀐 점, ‘히딩크’라는 이름만 나오면 너나할것없이 어휘가 부족해 칭찬을 더 못할 정도로 찬사 일변도인 것등이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들이다.
아울러 한국이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흥분해서 며칠씩 잠을 못자고, 이 그룹 저 그룹과 어울려 축배를 드느라 음주량, 흡연량이 늘어 모두들 붕- 뜬 듯한 상태인 것 - 이 모두가 ‘월드컵 신드롬’이라고 할수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월드컵 신드롬과 무관할 수 없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수면부족이다. 남가주의 경우 경기가 심야 시간대이거나 새벽이어서 하루 밤에 두 경기 보고 나면 수면시간은 2시간이 고작이다. 한인 직장마다 만성피로 증후군 비슷한 증상이 만연돼 있다.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같이 깔깔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뇌활동이 둔화돼 오후쯤 돼야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아울러 한국의 16강전 같은 중요 경기 다음날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근육통과 가슴 통증.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을 죽이며 관전하다 보니 뒷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돼 뻐근하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밸리에 거주하는 50대 주부는 18일 아침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중 후반전 2분을 남겨두고 설기현이 동점골을 터뜨리자 순간 호흡장애를 경험했다.
“너무 흥분해서 숨이 딱 멎으며 가슴에 통증이 오더군요. 몇 시간이 지나도록 통증이 가시지 않고 가슴 부근이 얼얼해요”
아울러 식당이나 샤핑몰에서 단체로 경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몇시간씩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느라 성대를 혹사해 목이 잠기는 증상까지 추가되었다.
운동경기 관전도 일종의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흥분이 고조되면 교감신경이 올라가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 평소 흥분 잘 하고 화 잘 내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카페인과 알콜을 피하고 물이나 주스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의사들은 충고한다.
21일 밤(LA시간)이면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다시 한번 긴장과 흥분을 몰고 온다. ‘월드컵 신드롬’ 언제까지일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