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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현 편집위원>
사우스센트럴에 사는 한 백인청년이 어제 LA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분개했다. 친구들과 헤어진 뒤 새벽 3시께 자기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집에서 서너 블록 떨어진 곳까지 왔을 때 뒤에서 경찰 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왔다. 신호등은 파란 불이었고 교통 위반한 것도 아니었다.
청년이 차를 세우자 경관이 플래시를 청년의 얼굴에 비쳤다. 청년은 눈이 부셔 가렸으나 이 경관은 계속 플래시를 들이댔다. 청년은 “무슨 일이냐, 왜 플래시를 비추느냐”며 물었다. 그러자 이 경관은 “너 마약했지”하며 막무가내였다. 청년은 수갑채워진 채 경찰서로 끌려갔다. 복통이 터질 것 같았지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경찰서에서 수퍼바이저가 “마약 했느냐”고 물었다. 청년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수퍼바이저는 테스트 해보자며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다. 당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었다. 마약을 하지 않은 청년은 또박또박 정답을 말했다. 그러자 수퍼바이저는 미소지으며 군소리 않고 청년을 풀어주었다. 청년은 “수퍼바이저에겐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마약복용 혐의로 자신을 체포했던 경관에 대해선 지울 수 없는 감정을 갖고 있다”고 술회했다.
이 청년이 바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잉글우드 경찰의 폭력사건 현장을 인근 모텔 방에서 비디오카메라에 담은 미첼 크룩스(27)다. 크룩스는 “내가 목격한 일에 충격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경관에 당한 경험이 있는 그는 공권력 남용은 놀랄 일도 새삼스런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번호판을 단 흑인운전자의 차량을 조사 중 승객석에 앉아 있던 아들 도노반 잭슨(16)이 경관에 대들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관이 폭력을 행사해 지역사회가 떠들썩하다. 잭슨이 먼저 경관을 공격했다는 주장과, 잭슨은 청각 언어장애자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사우스센트럴 흑인사회는 “이럴 수 있느냐” “흑인을 차별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가 터진 것일 뿐”이라며 공권력 남용을 비난하고 있다.
잉글우드 경찰은 폭력 경관을 직위해제 했고 연방수사국과 LA카운티 셰리프도 각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조만간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설령 경관이 먼저 공격을 당했더라도 일단 수갑을 채운 용의자를 구타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다 뭐다 해서 치안요원들의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졌음 직하다. 그래도 ‘시민의 지팡이’로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흑백갈등으로 점화됐던 LA폭동이 뇌리에 선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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